기억은 각색되고, 기록은 왜곡된다.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328

by 노용헌

기억은 아마도 흑백이 확실하다. 컬러로 꿈을 꾸는 사람이 없듯이, 컬러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싶다. 기록된 것은 컬러이지만, 포토샵으로 색을 빼고, 흑백으로 저장된 것 말이다. 물론 예전의 아날로그 흑백필름으로 촬영된 것은 제외하고. 흑백으로 촬영되었다고 할지라도 현실(Reality)은 컬러이다.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고, 그 색들이 점점 희미해지면 기억 또한 불투명해지고, 불확실해진다. 꼼꼼이 기록되지 않은 기억들은 차츰 흑백의 사진처럼, 모호하고 불분명하다. 어느 술집에 질척거리는 바닥에서 술을 마셨는지, 냄새에 대한 기억도, 누가 있었고 누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었는지, 소리에 대한 기억도. 그 때 술값은 누가 냈고, 얼마였는지, 시시콜콜 머리속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좋았던 기억들, 좋지 않았던 기억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 이 모두는 내 머리에 저장되는 순간 각색되어진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기록할 때처럼 그 순간을 다시 경험하지 못하고 잊게 될까 두렵기도 하죠.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 속의 어떤 사건이 달라지고, 더 가슴 아프거나, 유의미하거나, 어렴풋하게 변해 가는 과정 또한 사랑스럽다고 생각해요.”

-‘애프터 양’ 감독, 코고나다(Kogonada)


사진기를 들고 우리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 자신만의 느낌이든 기억을 고정시키려고 한다. 물론 그런 기록들이 모두 자신의 기억을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록하게 되고, 그 기록은 때로는 과장되기도, 왜곡되기도, 변질되기도 한다. 그 기록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담겨져 있다. 기억을 [재현]할 것인지, [직면]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기억은 아마도 동적이고 다원적일지 모른다. 기억이 가진 속성을 떠나서 사진가는 관찰자인지, 방관자인지, 구경꾼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기록 자체는 단지 기록일 뿐이라고 여길수 있겠지만, 그 쓰임새는 다르다. 그 모든 기억이 오래 남겨지는 것도 아마 개개인 마다 다를 것이다. 짧은 기억들은 어느새 불태워질지도 모른다.


인간의 존재는 시간과 공간의 축 사이에 놓여져 있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촬영한 시간과 장소이다. 모든 공간은 시간대별로 다르다. 그것이 행해진 과정(process), 사건(event), 상태(state)는 시간과 공간속에 일어난다. 기억은 기록을 만들고, 기록은 해석과 판단을 만들기 때문에 그 기록을 대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진다. 기록 자체가 아무리 객관적이라고 여겨지는 기록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모든 기록이 기록자의 주관성이 들어가고, 그 주관성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용자(user)의 해석에 따라 왜곡되어질 것이다.


“인간존재에 있어서 존재한다는 것은, ‘거기에-있는(être-là)’ 일이다. 다시 말하면 ‘거기 그 의자 위에’ 존재하는 일이고, ‘거기 그 탁자 앞에’ 존재하는 일이며, ‘거기에, 이 산꼭대기에, 이러이러한 크기로, 이러이러한 방향 따위로’ 존재하는 일이다.”

-존재와 무, 사르트르

물방울.jpg 2023.11.16 광화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