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10년.
멋도 모르고 달려든 3년, 현실 부정의 2년, 오기로 버틴 3년과 돌이키기엔 늦어 버렸다고 주저 앉은 3년을 다 해 10년이다. 근근히 먹고 사니까 벗어난다거나 도약할 준비와 노력이 없었고 열심히 살면 기회는 온다는 어느 자기게발서의 동기부여용 키워드에 꽂혀 모두가 힘들다는 팬데믹에서도 호황을 누렸던 업계특수를 나만 누리지 못한 우매함을 범해 버렸던 시간들.
지렁이는 열심히 살아도 지렁이 (지렁이 혐오발언 아님) 우물안의 세상이 전부인 개구리, 공부하지 않고 열심히만 살던 나는 그냥 노가다꾼. 거기에 흐른 세월의 자매품인 노화와 꼰대기질이 섞이면 어렸을 때 "저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며 엄마의 손가락 끝에 걸려있던 실패의 표본이 되기 딱 좋은 위치에 있는거다.
그리 되지 않으려면 공부란 걸 해야겠지. 현장일을 현장에서 돈 까지면서 배우게 된다지만 들여다 보려는 일고의 노력이 없이는 아무리 돈이 까지고 살이 까져도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물며 깨달음은 영원한 숙제이며 남들에게만 일어나는 기적같은 일.
공부를 해야 한다.
관련 서적을 뒤적이며 기본을 익히고 현장에 접목하고 끊임없이 물음표를 띄우고 어김없이 질문이 튀어 나가야 한다. 어줍잖은 지식을 온세상을 관통하는 진리라고 착각해선 안되는 것 처럼 같혀 있지 아니하고 늘 흐르듯이 새로운 걸 접해야 한다. 어쨌든 인테리어란 트렌드가 반영되는 유행의 장 같은 느낌이랄까. 겨울에 따뜻하고 물만 잘 나오면 되는 세상이 아닌거다. 조명 하나에도 철학 까지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고집과 유연함이 공존하는 세계이며 가격 경쟁까지 해야하는 치열함이 필요한 것이다.
아니, 힘든 일이라고 사람들이 하려 하질 않는다고 했던 그 때. 이 길에 접어든 것은 나중에 큰 행운으로 보상 받을 거라 여겼는데 아닌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시장에 뛰어들어서 서로의 안목과 기질과 성실함을 두고 아주 박이 터져라 경쟁하는데? 난 싫다고 경쟁하기 싫다고! 그냥 좀 잘 먹고 잘 살게 나만 했으면 좋았잖아! 젊은이들 왜 이래! 공부 열심히 했으면 좋은 회사 들어가서 기획, 경영 그런거 하면서 멋있는 화이트 칼라로 살면 되잖아 왜 그 좋은 머리를 가지고 이 먼지나고 뻑뻑한 세계로 오는거야 왜!!
그래서
공부를 해야한다.
공부를 합시다.
책을 읽읍시다. 아, 책은 사서 읽읍시다.
선천적 천재는 노력형 천재를 이길 수 없고 천재는 결국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으며 즐기는 사람은 꾸준한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그러면 꾸준함은 가지고 있는 내가 이 일을 즐기고 좋아하며 할 수만 있다면 저 편에서 혜성처럼 등장하는 젊고 감각있는 애들하고 맞붙어도 질 일은 없겠지.
그러니 이 일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오래 보아야 이쁜 들꽃처럼 좋아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