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소년 Jan 04. 2025

뛸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20초


전력 질주도 아닌 걷는 것 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 내가 멈추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달리기 시작한 10초부터 왼쪽 종아리 부근이 뻐근해 지더니 이내 양 골반으로 전에 없던 통증이 밀려 들어오며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말았다. 운동을 비롯한 몸 관리와 담 쌓고 살았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받아들이는 쉽지 않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10키로 정도는 어떻게 뛰어내던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충격적 이었다. 


달리기를 멈추고 세상 잃은 마음으로 터덜터덜 걷다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렇게까지 망가져 가는 몸을 방치한 채 살았던 시간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다. 일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핑계로 제일 중요한 것을 외면한 채 살았던 시간들..


그나마 다행인건 걸을 수는 있다는 사실이다. 

걸을 수 있다면 계속 걸으면 되고 걷다 보면 뛸 수 있는 순간이 올 테니까.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 이렇게 라도 몸 상태를 알았으니 이제부터 하면 된다. 걷지도 못 하고 일어나는 것도 힘에 겨운 지경에 이르기 전에 알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꾸준히 걷기라도 하자. 


싫어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게 아닌데 이 일에 매몰된 시간이 아까워서 차라리 이 일을 좋아해 보기로 했던 얼마전의 결심. 그 결심을 관철하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것이 노하우나 공부 그런 것 보다 일단 체력이란 걸 알게 됐을때의 그 짜릿함. 그러나 현재 몸의 상태가 내 결심을 받쳐 줄 만큼의 컨디션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또 한 번 깊게 밀려 오는 자괴감을 맞이해야 했지만 몸을 움직인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어쩌면 그래서 내가 오늘 이렇게 공원에 나와서 뛰어 봐야 겠다는 결심을 본능적으로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서사를 얹어 곱게 포장을 한 후에야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 진 것 같다. 


 아무리 많은 결심과 다짐을 해도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해도 결국은 관철해 낼 수 있는 체력이 믿받침이 되어야 한다. 밥만 먹어도 곰 같은 힘이 솟아 오르던 어린 시절의 나와는 많이 다르다. 이제는 기름칠을 해 주어야 하고 제 때 좋은 것을 집어 넣어줘야 유지가 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새삼, 많은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에 대한 서글픔이 밀려오지만 어쩌겠는가 그나마 돌이킬 수 있는 수준에서 알게 됐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뛸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뛰고 싶다는 염원이 생겼고 

이 또한 꾸준히 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조급해 하지 말고 따분해 하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해 나가는 거다. 


해 낼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해 내겠다는 거창한 결심도 아니다. 


한 번에 한 발자국씩 천천히 가는 거다. 

급하게 무언가를 해야 할 만큼 숨가쁜 인생이 아니다. 나는 추락하는 새가 아니다. 

뛰는 법을 아는 인간이다. 단지 뛸 수 있는 몸이 아니게 되어 버렸을 뿐.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걷다 보면 뛸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오늘이 그 첫 걸음이다. 

꾸준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