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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년 Jan 29. 2024

힘들어 죽겠습니다 위로 좀 해주세요.

 옆나라엔 지진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칩니다. 아래 지방엔 태풍이 지나가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거나 훼손당했습니다. 뉴스를 보면 누군가는 묻지 마 폭행에 당해 생을 강탈당했습니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을 악의적인 감정조차 섞이지 않은 사람에게 어이없이 상실당했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안타까운 일이군요. 뭐라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감히 나의 작은 불행이 그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들이닥친 크나큰 불행에 견줄 수 없을 것입니다. 잠자코 있어야겠지요. 그에 비하면 나는 이 얼마나 안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이 작은 불행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무엇이 너를 그리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냐고 물어오면 딱히 뭐라 단정 지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을 만큼 모호하게 저는 불행과 불행 사이에서 아슬아슬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분명한 건 저는 불행합니다. 저는 지쳐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이 작은 불행의 늪에서 기어 나갈 수 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무거운 몸뚱이를 다시 일으키고 활력이 넘치고 생기 있게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혼탁한 두 눈동자에 총기를 불어넣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저는 너무나 작고 사소한 불행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항상 잠자리에 들며 한 가지 다짐을 합니다. 혹여 자는 와중에 몸 어딘가에, 특히 생명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장 등에 이제껏 살아오면서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곧바로 침대 밑으로 내려가서 방바닥에 누워야 한다는 다짐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 통증이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전조라고 느껴진다면 최대한 더럽혀지지 않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발견되었을 나의 모습이 물론 초라하고 안쓰럽겠으나 그나마 온전한 형태의 모습이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대관절 너의 인생이 왜 그렇게까지 불행하냐고 하신다면 꼬집어 무엇 때문이라고 할 자신은 없습니다. 니가 부모가 없어 형제가 없어 직업이 없어 사지 멀쩡해 정신 멀쩡해 지병도 없으니 그만하면 괜찮은 삶이 아니냐고 한다면 고개를 주억 거리는 것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일 것입니다. 저도 압니다,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불행합니다. 힘들어 죽겠습니다. 위로좀 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눈을 뜨고 맞이한 이른 아침과 동시에 이 것은 제 앞가슴을 짓누릅니다. 답답한 가슴을 그러안고 일어나면 고장이 나고 싶은 듯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무겁게 가라앉은 회색의 아침공기가 창 밖으로 보입니다. 관성적으로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습니다. 샴푸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 듯 하지만 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나가기 싫습니다.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지난 여섯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잠들기 전의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다시 그 시간을 맞이하려면 저는 또 12시간 이상을 집 밖에서 휩쓸려 다녀야 합니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고 잘하지는 못 하지만 열심히 해야 하며 도망갈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지만 10년 동안을 발붙이고 있었던 성실하고 꾸준하고 말 잘 듣는 저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남들 다 하는 직장 생활, 사회 생활, 인간관계인데.. 가진 거라곤 패기와 열정과 웃는 얼굴 그리고 잘 될 거라는 긍정 에너지뿐이었던 저였는데.. 이불 밖은 제게 위험 이상의 그 무엇입니다. 끔찍이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하는 주사 바늘 같습니다. 


 잘하고 싶었습니다, 잘 될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만두겠다고 하면 될 입니다. 하기 싫다고 하면 될 일입니다. 아무도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단호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일어나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 꾸역꾸역 해낼 뿐입니다.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딱히 책임져야 할 무엇도 있지 않은데 말이죠.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스스로 만든 지옥에 갇혀 쳇바퀴 돌 듯 살아낼 뿐입니다. 


그렇게 서서히 꺼져가는 스스로를 알고 있음에도 어쩌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안쓰럽고 애틋합니다. 


너무 힘듭니다. 

위로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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