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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년 Sep 22. 2024

운과 나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억.."


무언가 옆구리로 들이친 느낌이었다. 

40 평생을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묵직함이었다. 차에라도 치인걸까? 여긴 인도인데?


밀려드는 당혹감을 미처 수습할 겨를도 없이 내 몸은 균형을 잃고 고꾸라 지고 있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 내게 당도한 이 순간을 두고 작용 반작용? 관성의 법칙? 등의 시덥잖은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차라리 반사신경 이란 것이 발동해서 멋지게 이 위기를 타개했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나이들고 살 찐 팔다리의 게으름은 쉽사리 극복되지 못했다. 


보잘 것 없이 내팽개처져 한바탕 구르고 난 후, 하찮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왜 대로 한 복판에서 이런 꼴을 당해야만 하는거야! 누구야!


"아니 조심좀 하시..!"


...


'여자?'


그렇다. 이 쪽팔림을 잠식 시키려면 최소한 오토바이 정도는 돼야 할 거라며 잔뜩 인상을 구기고 올려다 본 그 자리엔 땀을 뻘뻘 흘리며 가뿐 숨을 몰아쉬는 여자가 자신의 무릎에 기댄 채로 서 있을 따름이었다. 


'귀엽다.'


...


안다. 매우 창피한 일이고 몰염치한 생각이고 어처구니 없을 테지만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못 가누는 이 멍청한 아저씨가 당시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 사태의 가해자를 향해 내 뱉은 생각은 겨우 귀엽다는 것이었다. 


여름이었다. 아주 무더운 8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에 나는 운이를 만났다. 

강렬하고 강력하고 상당히 쓰라리며 조금 아니, 많이 창피한 모양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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