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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정 May 09. 2024

4/26-5/8

면접보고 롯데월드 가고 쿠팡알바 뛴 맥락 없는 일상

1. 회사 면접


일단 당장 돈이 좀 급하기도 하고 집에만 있는 시간을 좀 줄이고 싶어서 면접을 봤다.여러 가지 고민하다가 결국 안 가는 것으로 결정. 나랑은 안 맞았다.


사람이 나한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역시 선택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스스로를 한계 짓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이날 버스 타고 돌아오는 길에 운명처럼 염소자리 이주의 운세를 봤는데, (이런 거 운명처럼 연관 짓는 거 되게 좋아함, 삶의 낙임)


"이번 주를 시작하기 앞서서 나의 마음과 충동을 요리조리 둘러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게 정답 같아!' 하면서 밀고 나가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이번주는 돌다리도 두들기면서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두드리고 두드리다, 안 건너가기로 결정했다.



2. 겁쟁이 롤러코스터 타다


잠실에서 쇼핑하다가 충동적으로 롯데월드에 갔다.

점심때 마신 샴페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요일 저녁, 폐장 2시간 전에도 사람이 참 많았다. 뭐든 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공중그네를 탔는데, 타자마자 너무 무서웠고 그래서 급격히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5D 아틀란티스를 탔다.아틀란티스 영상 보면서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있는 거다.

더럽게 오래 기다렸는데 너무하다 싶게 시시했음.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날 끌고 간 그녀가 저거 타자며 자이로스핀에 줄을 섰다. 아.... 진짜 롤러코스터는 탈 때보다 기다릴 때가 억만 배는 더 떨리는 것 같다. (진심 이때 공황장애 오는 줄) 무섭다 무섭다 난리를 치니까 옆에서 그녀가

야 꼬마 애들도 다 타는데 뭐가 무섭냐

그래서 난 또 되게 논리적으로 답변했지.


"쟤네는 작고 가볍잖아. 난 크고 무거우니까 당연히 내가 훨씬 무섭지! 중력을 얼마나 크게 느끼겠어!!"


이건 물리적으로 맞는 말이라며 박박 우기는데, 앞에 계신 학부모님이 살짝 웃으셨다. 하필 이 롤러코스터는 줄도 되게 빨리 줄어들어서 금방 우리 차례가 왔다. 온갖 주의랑 주의는 다 주는 안전방송이 나오고 (이때도 공황장애 오는 줄)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 엄청난 중력을 느끼며 스릴 있게 놀이기구를 탔다.


폐장시간까지 20분을 남기고 후렌치 레볼루션을 타기 위해 실내로 들어갔다. 후렌치 레볼루션을 탄다는 것은 나한테 진짜 엄청난 도전인데, 왜냐면 나는 청룡열차도 못 탄 쫄보에다, 신밧드의 모험도 무서워하는 롤러코스터 찌질이다. 고등학교 소풍 때도 친구들 타고 오라고 하고 추로스 먹고 있었다. 솔직히 안 타면 맞아 죽을 것 같은 분위기라서 이리 죽나 저리 죽나 매 한 가지이겠지 하면서 탔다.


역시.... 엄청난 급하강 구간 때 오금이 저리고 간이 쪼그라드는 기분을 느꼈으며, 왜 애들이 후렌치 레볼루션 타고 오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지 이해했다.  옆에서 그녀가 "프랑스혁명은 이런 것이다!"라고 얘기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참 신기한 게, 내 돈 내고 나 재밌으라고 탄 롤러코스터인데 매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뿌듯하면 여기에 이렇게 글을 쓰겠는가. 널리 널리알려야 돼. 나 롤러코스터 탔음!


성취감을 느끼는 기준은 각자 다른 것 아니겠는가. 이래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소소한 것이라도 자꾸 도전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엄청 자신감을 충전하고 온 하루였다.



3. 쿠팡 물류센터 알바 후기


면접 본 회사를 거절했지만 여전히 급전은 필요했기에, 쿠팡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 인터넷에 보니까 사람들이 방법이랑 리뷰를 아주 자세하게 써놓아서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셔틀 태워서 데려다주고, 밥도 주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인바운드 즉 입고 업무를 했는데, 사실 일 자체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출고 쪽보다는 무거운 것을 들일이 많지만, 마감시간에 쫓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났다.

(방송으로 압박 주는 거 들었는데, 난 출고는 못해)

생각 없이 수량과 빈 공간 공략에만 집중하다 보니 시간도 술술 가고, 창고 안이 더워서 얼굴이 벌게지는 거 외에는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별 뒤 후폭풍이 심하거나, 프리랜서들 중에 슬럼프를 겪는 분들이 많이들 오시는 것 같다. 앞으로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이 안 올 때 종종 가보려고 한다. (근데 여름은 안될 듯... 너무 더워 핵 더워)


내가 느낀 단점이 있다면, 첫날 가게 되면 안전교육+성폭력예방교육 뭐 이런 거 2시간 정도 듣는데 이게 좀 피곤하다. 차라리 빨리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절차라는 것이 필요하니까.

밥을 먹거나 휴식시간이 되었을 때 다 같이 모여서 함께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좀 번거롭긴 하다. 이런 단체생활 자체가 좀 오랜만이라 그런지 뭔가 수련회 갔다 온 것 같았다. (밥 먹고 일하기 전에 국민체조도 다 같이 했음) 물론 관리자가 빡빡하게 굴지는 않지만, 일할 때는 정신도 없고 각성상태라 몰랐는데 기다리거나 하는 시간에 가만히 있으면 그때 피로가 몰려와서 좀 힘들었다.


그래도 퇴근해서 집에 가는데 정말 뿌듯하고 좋았다. 늘 저녁시간이 되면 오늘 하루도 그냥 이렇게 보냈구나 하는 마음에 찝찝함이 가득했는데, 가서 씻고 지구마블 봐야지 하는 마음이 어찌나 편하던지.


평일에 집에 누워있는 마음이 너무 죄스럽다고 했을 때,

직장인 친구가


" 그럴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데 그 시간도 못 즐겨서 나중에 어쩌려고"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알바 다녀오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래서 일과 휴식의 균형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정말 맥락 없는 한 주였다.

그런데 희한하게 모든 경험이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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