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며
아마, 제가 느끼는 감정은 유족과 당사자의 슬픔에 비할 바는 못될 거예요.
세월호 참사를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목소리는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 마음에도 비수처럼 다가왔습니다. 그중 저를 가장 속상하게 했던 말들은, 국가유공자와 같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보다 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더 큰 보상 받느냐는 주장이었습니다.
비난하는 이들이 쉽게 가져오는 비교 대상은 나라를 지키다 북한의 공격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천안함 용사들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족이 나라를 지키다 사망한 천안함 용사보다 더 지원받는 게 옳아요?"
각종 언론 및 국가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들을 살펴보면, 희상자 단원고 학생에게 추정된 지급 총액은 최대 약 8억 2천 만원입니다. 그리고 그중 약 4억은 국가 배상금, 약 3억은 국민성금, 약 1억은 여행자 보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천안함 용사는 약 보상금 2~3억과, 국민성금 약 5~6억을 포함해 7억 ~ 9억의 지원을 받았다고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했지요. 단순 수치만 보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금액의 차이가 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이 자세한 수치들도 모르고 아마도 비난했겠지요.
어떤 이들은 이 수치를 보고도, 세월호 유족이 국가를 위해 희생된 사람보다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받는 게 옳으냐고 되묻는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이들이 만족하는 답변은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질문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결코 올바른 해답에 이를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동안 국가와 우리 사회는 국가를 위해 희생된 용사에게 충분하고 적절한 물적, 사회적 지원을 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세월호 참사 유족보다 천안함 용사 유족들이 더 적은 지원을 받는 게 옳으냐? 는 질문은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습니다. 분열을 조장하고 아픈 기억을 가진 사회구성원이 서로를 비난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을 방조할 뿐이지요.
하지만 그동안 국가와 우리 공동체는 이들을 적절하게 지원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후자의 질문은, 그동안 국가와 공동체가 국가를 위해 희생된 용사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하지 못했던 건 아닌지, 그리고 우리가 국가적 참사의 희생자들을 서로 비교하며 다투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이들을 돌볼 것인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이전과는 다른 질문을 하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가 더 지원을 받는 게 옳으냐가 아니라, 그동안 국가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였는가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의 방향이 바뀌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미 잃어버린 이들을 되찾을 수 없겠지만, 앞으로 잃을 수도 있는 이들을 위해 안전망을 만들어 줄 수는 있습니다.
10년 전, 바다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합니다.
가슴 깊은 미안함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