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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CP Jul 13. 2024

스P살(26) - 오묘한 기분

2024년 6월 4주 이야기

6월 4주는 출판인들의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주입니다. 행사 시작 전, 사전 예매량이 4만 장을 넘기면서 작년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예고하더니 결국 1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는 통계가 나왔을 만큼 아주 흥행한 도서전이 되었습니다. 출판인의 축제인 도서전이 흥행했으니 당연히 기쁠 만 한데 제 기분은 좀 오묘했습니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그곳에 텍스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와 저희 팀들도 방문을 했기에 없었다고 하면 좀 서운하지만 관람객들의 인식 속에서는 없었던 것이죠. 우리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면 충분히 사랑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함께 도서전으로 향하는, 텍스티의 IP소개 자료

저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방문했습니다. 단순 관람 때문은 아니었고, 저작권 수출 관련 미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서전 첫날이었던 26일, <편지 가게 글월>의 영국 에이전시인 PFD의 담당 에이전트분과 한국 에이전시인 신원에이전시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본래 오후에 도서전 안에 설치된 라이츠 센터(저작권 거래 센터)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좀 더 여유를 갖고 이야기 나누기 위해 오전에 코엑스 모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편지 가게 글월>의 백승연 작가님과 동행했고요.

<편지 가게 글월>이 영미, 유럽 포함 전 세계 12개국 수출을 확정 지었기 때문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고 이후 추가 수출 계획 및 해외 출간 일정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담당 에이전트분께서는 30대 정도로 보이는 백인 여성분이었는데 만나자마자 <편지 가게 글월>이 너무 좋은 작품이라며 애정을 보여주셨고 작가님에게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작가님 입장에서는 장편 데뷔 소설이 큰 수출 성과를 거두어 얼떨떨한 면도 있을 텐데 작품이 너무 좋다고, 문학적인 느낌이 좋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더 힘을 얻으신 것 같더라고요. 저도 작가님의 초고를 읽었을 때, 좋은 문장들이 정말 많아 놀라고 만족스러웠는데 전 세계의 소설을 읽는 에이전트분께 좋은 평가를 받으니 제 안목마저 좋은 평가를 받은 듯 기뻤습니다.

저는 준비 중인 2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기획이 거의 다 정리된 상황이었는데, 제 판단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편지 가게 글월>은 출간도 되기 전에, ‘와, 이게 말이 되나.’싶은 수출 성과를 이루며 세계 시장에 계속 소개 중인데, 정작 국내에서는 기대했던 성과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중간 성적표를 받은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를 원인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가장 큰 이유를 ‘국내 독자들의 힐링소설에 대한 피로도가 임계치에 달했다’로 보고 있습니다. <편지 가게 글월>의 독자 반응을 살펴보면 만족도는 만장일치로 최상 수준인데 손이 잘 가는 책이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홍보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와 별개로 2편은 힐링보다 재미 위주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방향성을 잡았고 로맨스물을 기획한 상태입니다. 연애편지를 중심으로 사랑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 사람들이 등장할 것이고 1편의 주인공인 효영의 로맨스 서사가 메인 플롯으로 전개됩니다. 이 이야기를 영국에이전트분께도 말씀드렸더니 로맨스라는 방향성, 연애편지가 대거 등장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말씀하시면서, 그래도 1편이 갖고 있던 문학성은 유지되면 좋겠다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완전히 한국식 로맨스 혹은 로코 드라마처럼 가볼까, 조금 더 조용하고 진중한 작품으로 가볼까 고민하던 저와 작가님께 영점을 맞추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이언 맥큐언의 <어톤먼트> 등 영국 고전 로맨스를 레퍼런스로 삼기로 했습니다.

2편은 25, 26 연말연초 시즌에 내놓을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


금요일에는 <호러만찬회>를 수입한 대만출판사 그리고 11월 출간 예정인 <허즈번즈>를 기다리고 있는 BC에이전시를 만났습니다.

대만 출판사는 곧 출간을 앞둔 매드앤미러 시리즈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에릭양 에이전시의 중개로 미팅을 진행했는데, 담당자분들이 ‘같은 한 줄에서 비롯된 두 편의 다른 이야기’를 한 책에 실었다는 컨셉에 흥미를 느끼셨습니다. 1권의 두 번째 이야기인 <해마>의 줄거리를 테이블 피칭으로 풀어드렸더니, 몰입하여 들으셨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시며 원고 검토를 하시겠다고 파일을 요청하셨습니다.

BC에이전시와의 미팅은 그들의 협력사인 영국 에이전시를 함께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허즈번즈>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를 전해 듣기만 했었는데 만나보니 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긴장했고요. 매드앤미러와 달리, 순전히 스토리로 어필해야 했기 때문에 테이블 피칭이 잘못되면 가졌던 흥미가 사그라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야말로 뇌를 풀가동해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그들이 본래 알고 있고 흥미를 가졌던 부분들은 빠르게 전달하려 애썼고, 그들이 몰랐던 부분들은 양파 껍질 벗기듯 정보의 레이어가 하나 둘 덧대어지며 흥미가 더해지도록 풀어냈고 이야기가 갖고 있는 메시지의 방향성, 처음과 끝의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준비한 시나리오를 읊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반응을 살피며 다음에 무엇을 이야기할지 생각하며 말을 뱉어나갔기 때문에 피칭을 마치고 난 뒤, 잘 된 것인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텐션이 풀어지며 한숨을 푹 쉬고 ‘잘 된 거 맞죠?’하는 눈빛을 보내니 영국 측 에이전트분들과 통역을 맡아준 BC에이전시의 에이전트분이 좋았다고, 작품에 더 흥미가 생겼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제야 저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고요. 원고가 정리되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부스 참가는 못 했지만 테이블은 마련했던ㅎ

미팅을 마치고 도서전 D홀에 마련된 카페로 가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던 팀원들을 불렀습니다. 친구들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년엔 관람객 말고 참가사로 오자 다짐하기도 했고요. 긴장한 채 미팅하느라 진이 다 빠져서 도서전 둘러보기는 그냥 포기하자 싶었는데 나가는 길에 보이는 데만 좀 둘러보자 했다가… 결국 C홀을 구석구석, 도서전 파장할 때까지 다 보고 나왔습니다. 보기 시작하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독자 모드가 되었다가 예비 참가사 모드가 되었다가 뇌가 아주 팽팽 돌아갔습니다. 주머니는 탈탈 털리고요.


탈탈. 바로 이게 오묘한 기분의 두 번째 이유입니다. 저는 아직 데이터가 없어서 모르겠는데 주변 출판인 분들 얘기로는 도서전 전후로는 판매가 뚝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텍스티의 도서전 ‘전’ 데이터만 보면 별다른 타격이 느껴지지 않은데 ‘후’는 좀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그 긴장감 속에 제 SNS에 이런 생각을 털어놓았더니,


서울국제도서전이 흥행했던 것은 본래 책 읽는 사람들이 몰려갔기 때문이다. 그들이 질렀고 주머니가 이제 거의 말랐다. 아니다. 평소 책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많이 갔고 그들의 후기가 입소문을 타며 책에 대한 관심도가 한시적이나마 올라갈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일지는 한 달 정도 판매부수 추이를 보면 판단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출판사마다 차이는 있을 테니 제대로 경향성을 읽으려면 여러 출판사의 데이터를 확인해야 할 텐데, 각 서점 ‘오늘의 책’ ‘MD의 선택’ 등 메인 배너 노출 신간의 판매지수들을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파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주 신간 출간을 앞두고 긴장이…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시더라고요.


저희 매드앤미러 이렇게 예쁘게 나왔고,

먼저 읽으신 독자분들 반응도 좋은데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열심히 팔아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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