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원래 처음이 힘든 법

by 김경섭

첫 경험


원래 처음이 힘든 법


두려움, 누군가에겐 설렘


이 일을 처음 시각하기 전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뉴스 같은 데 보면 대리기사 폭행 사건 같은 것도 나오고, 나도 재수 없게 갑질 고객을 만나 그런 사건에 휘말리면 어떡하지?... 그런데 어디까지 가는 것이고, 집에는 어떻게 돌아오지? 이 시장도 포화 상태인 것 같은데 나 같은 얼치기가 들어가서 끼어들 틈이 있을까? 이 일을 해서 과연 돈을 벌 수가 있을까? 등등


성공의 경험은 자신감을 심어주고 또 다른 성공을 부르고, 실패의 경험은 자신감을 뺏어가고 또 다른 실패를 부르기 쉽다. 물론 성공하고 오만 떨다 실패로 고꾸라지는 경우도 잇고 실패의 경험을 극복하고 성공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선순환과 악순환의 경우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흐름과 심리와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추세를 바꾸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뭔가 일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별로 기대는 되지 않고, 숱한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또 다른 실패가 예상되는 바였다. 하지만 이렇게 꺾일 수는 없다. 난국을 타개하고 성공의 경험으로 전환하기 위해 몸부림이라도 쳐봐야 한다. 결국 목표는 또, 성공이 아니라 몸부림 자체가 되고 만다.


뭐든지 대부분 처음에 진입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일단 진입하고 알고 나면 별 일 아닐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일을 시작할 때 그냥 별 고민 없이 쉽게 진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또한 막연한 두려움과 마음의 장벽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일을 익힐 때 누구도 옆에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배워야 하는 것들은 꼭 남들로부터 비결을 전수받아야 할 만큼 대단하고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처음에 막연한 두려움과 괜히 어렵게 느껴지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막상 진입해서 하루만 일 하면, 한 콜이라도 타고나면 그 두려움의 절반은 사라진다. 신입 기사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첫 출근 때쯤에는 회사와 어플에서 콜을 일부러 좀 몰아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첫날의 기억은 강렬하고 그 일을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드디어 첫 경험


나의 첫날을 떠올려 보면 그 말이 사실인지가 의심이 된다. 첫날에 대리기사 어플을 켜고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허둥지둥 대는데 잡으려 하면 콜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오지인 집 근처보다는 번화가인 구리 역 근처가 나을 것 같아서 버스를 타고 그곳에 가서 첫 콜을 잡으려 했는데, 서툴러서 그랬는지 똥 콜조차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똥 콜이 뭔지, 그 개념의 존재 자체도 몰랐었기에 그냥 아무 콜도 잡을 수가 없었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세 시간을 공치다가 그렇게 빈 손으로 들어가면 더 의기소침해지고 앞으로 일을 하기 어려워질 것 같았다. 뭐라도 하나 타야 된다는 생각으로 그나마 실시간 경쟁이 없고 누구라도 잡을 수 있는, 두 시간 뒤의 예약 콜을 잡았다. 버스를 타고 그 콜을 수행하기 위해 잠실로 갔다.


그리고 첫날의 두 번째 콜은 첫 번째 고객을 내려주고 신대방동에서 잡은 콜이었다. 첫날이니, 뭐를 따지고 계산할 것도 없었고 그냥 떠서 잡았는데 대략 2km 정도의 거리였었다. 그게 힘든 거리인 것인지 뭔지도 몰랐고, 실시간으로 잡은 첫 콜이었기 때문에 감지덕지, 빨리 도착하기 위해 거의 전력 질주를 했다.


출발지에 도착해서 고객을 찾았다. 통화를 하며 서로 여기가 어디라고 외치면서 찾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다. 이내 그곳이 아님을, 동명의 다른 아파트가 있음을 알았다. 이런 재수 없는 일은 몇 개월에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데 첫날부터 이런 일이. 다시 고객의 위치를 정확하게 받아서 번지 수로 지도 앱에 입력했다. 그러고 나서 원래 있던 자리의 근처로 또 2km를 (그러니까 고객이 정확하게 입력해서 내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삽질을 안 했다면, 바로 근처에 있는 콜이었던 것이다. ㅠ) 늦게 가서 일이 날아갈까 봐 초조한 마음으로 뛰어가서 고객을 찾았다.


힘겹게 고객을 만나 목적지로 가는데, 차주 고객은 뒷자리에서 술 취해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직장 사수인 일행이 조수석에 앉아서 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도 대리 기사를 하려 생각해 본 적이 있고 뭐 어쩌고 저쩌고 지금 직장의 이야기들을 하다가, 오늘이 대리 기사 출근 첫날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이 말은 하지 말아야 했었다.


자신은 술 먹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집에다 데려다주는 대리기사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에 항상 이렇게 가면서 감사 인사를 하고 기사들이 운전 중에 무료하고 졸릴까 봐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그 말에 내가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고 하며 서로 훈훈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원래는 그냥 가다가 중간에 내리려 했으나, 이야기도 잘 통하고 하니 자신의 집으로 방향을 틀어 경유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때는 출근 첫날이었고 경유라는 개념과 경유 요금의 존재에 대해서도 모르는 생 초짜였다. 친절한 고객에게 더욱 친절하게 서비스하자는 마음으로 별 이의 없이 고객이 가자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렇게 그를 내려 주고, 잠든 차주 고객의 원래 목적지로 차를 다시 돌렸다.


며칠이 지나서, 그 경유지는 경유 요금을 적어도 2만 원 이상은 더 내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친절함을 넘어 내 마음을 감싸주었던 첫날의 고객은 초짜 기사의 순진함을 이용해 경유비를 안 내고 먹튀 한 양아치 고객이었던 것이다.


첫 경험 후의 후유증


첫날 그렇게 두 콜을 탔다. 더 탈 수도 있었지만 두 번째 콜을 잡기 위해 거의 4km를 전력 질주했더니 무릎에서 신호가 왔다. 정상적이지가 못하고, 절뚝절뚝 저는 걸음이 됐다.


아 어떡하지?... 저질 육체라 이 일 까지도 못하게 되는 것인가? 암담한 마음이 짙어왔다. 걱정도 되고, ‘첫날인데 이 정도 했으면 됐지. 어쨌든 테이프는 끊었다.’ 하는 마음으로 복귀를 결정했다. 교통 앱을 검색해 보니 아직 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사실 첫날은 이익을 내는 것보다는, 콜을 잡고 일을 해보고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갈 것을 각오하고 나왔는데 다행히 버스를 타고 집에 가게 된 것이다. 밤 한 시를 한참 넘긴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에도 버스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지역마다 다른데, 내가 사는 곳은 막차를 잘 잡으면 두 시쯤에 도착할 수 있는 비교적 버스가 늦게까지 다니는 종점 근처였다.


그렇게 첫날 일을 마치고 무릎이 아파서 다리를 절며 집에 도착했다. 어쨌든 테이프를 끊었다. 콜을 잡아서 타 봤다는 성취감과, 이놈의 약골 무릎이 나가서 이 일도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의 걱정이 섞여서 기분이 뒤죽박죽 이상했다.


마음이 급해서 무리해서 작업을 하고 몸이 망가져서 그 후유증에 고생하며 후회했던 경험도 있고, 이번에도 마음만 급해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그러면 소탐대실하는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최대한 회복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찬찬히 일을 하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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