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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May 29. 2024

가볍게 여겼던 사고 그 이후

여기 저기서 비명이 나왔다.

차가 살짝 뜨더니 끼이이익 소리를 내고 멈춰 섰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조금 빠르게 가겠다고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 때문에 놀랐지만 대처를 잘하신 덕분에 추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 당황했고 추후에는 아무런 일 없다는 듯 승객들에게 안내하지 않고 운전하는 모습에 놀라웠다.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 자다 차량이 친 쪽이 내쪽이란 사실을 알아서일까 오른쪽 경추가 아픈 게 괜히 기분이 찝찝했다. 관할 사무소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보험접수를 요청하고 응급실로 직행했다.

그 담당자는 걱정 말라며 병원비는 다 처리해 준다며 보험접수는 2~3일 내로 된단다.

응급실에서는 뇌진탕 소견으로 약과 목을 움직이지 않도록 지지하는 보호대를 처방받고 귀가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일시적으로 놀라서 그런 걸 거야.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탑승자였던 나는 사고 접수를 해주겠다는 운전자 측 말만 믿고 응급실 비용부터 며칠간 병원 간 비용을 자부담했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본인도 피해자라며 가해자와 직접 합의하라는 말을 하곤 끊었다.  

가해자와 직접 연락했더니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별것도 아닌데 왜 병원을 가냐며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경찰서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하고서야 보험사가 어딘지, 가해자 차량 번호를 받아 직접 보험사에 접수할 수 있었다.



외상이 있어야만 환자는 아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너무 가볍게 봤다. 초반에는 간헐적 두통과 어지럼증, 경추에 불편감정도였는데 시일이 갈수록 경추통으로 잠을 못 자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회사 업무를 몇 시간 집중해서 하다 보면 두통이 극심해진다. 업무에도 영향을 끼칠정도라 주변에서 입원을 권유했다.


치료받고 있던 병원을 옮겼더니 담당자 변경이 되어 전화드렸다며 합의얘기 드리기는 아직 이르겠죠 라며 환자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에 질려버렸다. 아무리 나롱 환자들이 많다 한들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매번 반납하며 김밥으로 때울 정도로 할 일이 없을까.  주말에 입원해도 되냐고 물었다. 주말에 아직 입원한 것도 아니지 않냐며, 입원 확정되면 알려주셔도 된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담당자를 변경 요청을 해야겠다 다짐하게 되는데 입원실이 있는 근처 병원을 알아보다 새로운 사실을 접했다. 사고일 기점으로 일주일이내 입원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미 입원이 안될 거란 사실을 알고 그런 응대를 했다는 사실 참을 수 없었다. 화를 내봤자 나만 손해고,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니 생각을 끊기로 했다. 조만간 연락이 오면 담당자 변경요청을 해야지라고 말이다.




이래도 화 안 낼 거야?

띠-링 보험사에서 연락이 왔다.

인내심 한계를 시험하듯 4주 초과 시 진단서 징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락이었다. 치료를 받으러 가는 김에 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언제 괜찮아질까요." "환자분 상태 봤을 때 짧게 봐도 3주 이상은 있어야 괜찮아지실 거 같아요"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하는 환자들과 비교하면 난 감사해야지 하면서도 불면증으로 2시간을 자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부정적인 생각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살면서 이렇게 극심한 두통은 처음이라 퇴근하면 누워있기 일쑤고 몸살기운인가 싶어 수액도 자비로 받아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차도는 보이지 않고 통증은 심해져만 가고 악순환이 언제 괜찮아질까 점차 두려워져만 갔다.



짝꿍이 옆에서 괜찮아질 거야 하루종일 간호를 해주는데 눈물이 터졌다. 나로 인해 잠을 설치고 퇴근하고 저녁을 가볍게 챙겨 먹게 할 순 없다.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야겠다 싶었다.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숨 가쁘게 달렸던 나한테 주는 브레이크라 생각하자. 핸드폰도 오래 보지 못했던 지난주에 비해 지금은 영상이라도 볼 수 있으니 차도가 있는 걸 거야.  팀장님들의 배려로 연차를 내고 이렇게 글을 있는 시간을 가질 있는 것도 감사하고, 사고가 크게 나지 않았던 것에도 감사하자. 침대에만 누워있는 내게 날씨가 우중충하며 기분 다운되니까 해가 쨍쨍한 보면 날씨도 나를 응원해주고 있잖아.


훗날 이런 일이 있었더랬지 웃으며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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