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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atsall Apr 05. 2022

회계감사가 회계 말고도 알려주는 것

이 조그만 회사에서 회계감사를 대체 왜 하는 걸까

회계사도 아닌 주제에 회계감사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려합니다.


회계사가 아니라서 뭔가 멋있게 정의하듯 말하기는 어렵지만,

감사를 대응하는 사람으로써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회계감사의 의의는 '재무제표가 회사의 경영상태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봐주기'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담당자가 계산을 잘못하거나 회계기준을 이상하게 알고있는 것들을 잡아내는 것이 일반적으로 떠오르겠지만, 감사대응의 실상은 업무의 전반적인 흐름을 점검하게 되는 부분이 큽니다. 재무제표에 있는 숫자라는게 결국 전사의 워크플로우를 타고, 타고, 타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출액만큼 돈이 들어오는지, 물류센터의 재고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원가와 판관비는 어떻게 구분했는지, 보유한 자산들은 정말 자산으로써 가치가 있는지, 고객의 환불이 너무 잦지는 않은지, 어드민상의 포인트가 빵꾸나지는 않는지 등등

회사의 여러 곳을 찔러보게 되게 되고, 그러면서 잊고 지나쳤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스타트업은 속도가 빠릅니다. 숫자로 보이는 매출액이나 직원의 수는 당연하고, 영유하고 있는 사업도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변화합니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생존과 성장이기 때문에, 관리차원의 어떠한 이슈가 있을지는 추후 생각해야 할 이슈로 다뤄집니다. "관리차원의 이슈가 후순위로 밀린다"라는 얘기는 나쁘게 말하면 "관리도 안되는 일을 계속 벌이고만 있다"가 될 수도 있을듯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법적으로 이슈가 되기 전까지 어찌저찌 회사가 굴러간다는 현실입니다. 감사의견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감사인이 클로징멘트를 뭐라고 쓰던 체계를 잡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재무제표가 경영의 도구로 쓰이기보다는 투자유치의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회계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관리직은 체계를 잡는게 일인데, 내가 볼땐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래서 "재무제표가 개판이라서 요래저래 해야합니다"라고 회사에 말하면 듣는 입장에서 이해가 잘 될까요.  (되면 좋겠다)


계정명세서를 쭉 훑어보면서 이번 감사에서 무엇이 제일 힘든 부분이었는지 회고를 해봅시다.

상품/제품/용역 매출과 원가의 분류가 헷갈리고 이걸 감사인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다면 BM이 복잡하다는 말이 되겠고, 경영진과 담당사업부가 보고 의사결정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관리지표나 체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 회계처리하는데에도, 관리손익 뽑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겠네요.

재고가 심하게 꼬여있었다면, 과연 고객에게는 배송이 제대로 되고있었을까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류센터를 바꾸거나 물류 담당자를 충원한다면 배송 만족도도 올라가고, 재고 마감도 수월해지겠네요.


어차피 비상장회사이고, IFRS도 아니라면 재무제표를 정교하게 만드는게 정말로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숫자와 관련한 부분을 다 떼어놓고 생각한다면, 회계감사는 외부의 전문가가 회사의 전반적인 워크플로우를 점검해주는 좋은 이벤트로 여겨질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그 과정을 오롯히 회계팀이 감내하기 때문에 문제가 공유되지 않고, 개선속도가 늦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비상장이고, 법정감사가 아니더라도 감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경영진들의 관심이 있다면 보다 더 밀도있는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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