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atsall May 20. 2022

여유가 생겨야 뭘 해보던가 하지

시간의 여유 말고, 마음의 여유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다룬 "규칙 없음"이 한창 유행이던 때

완전한 자율과 냉정한 평가에 기반하여 인력의 밀도를 높인다는, 어찌 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 순간 짜증이 확 생겨서 책을 덮어버렸다.
"누가 이런 거 몰라서 안 해???"라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노동시장,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그 좋은 이야기들이 모두 잔소리며,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할 부담이며, 터무니없는 이상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땐 참 일이 많았고... 당장 할 일들이 너무 많았고... 그 수많은 할 일들마저도 내 뜻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사례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너무나도 맞는 말들. 너무나도 이상적인 말들. 그런데 그것들을 우리 회사에서 현재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안타까운 것은, 책은 나 혼자 읽었고 그러한 인사이트 또한 회사에서 나 혼자만 얻었다는 사실이다. (설령 다른 누군가가 같은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굳이 드러내기 쉽지 않다.)



구성원들 모두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현재 상황에 맞춰서 개선안을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

이 상황만 되더라도 조직 내의 어떠한 부분이던 개선이 빠르게 될 것 같다. 이거 이거 해야 합니다~라는 설득의 과정은 그래도 생략이 되니까. 이미 팀이 꾸려졌으니까.
그럼 구성원들 모두가 동일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를 고민해보니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공개된 소통과 경영진의 경영 의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회고하고, 근거와 결정을 공유하는 것. 내가 굉장히 즐겁게 근무했던 스타트업들이 아주 잘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퇴사를 통보하고, 일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야 여러 좋은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문득 의문이 생긴다.
"내가 일은 진짜 많이 하긴 했는데,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퀄리티 있게 일을 했나?"

아쉬움이 든다. 나는 왜, 우리는 왜 이러한 건전한 발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나. 우리는 왜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시키는 일만 했는가. 
퇴사일을 기다리며 거의 반쯤 놀다시피 하고 있는 요즘, 한창 날씨도 좋아서 놀기에 좋지만 그런 경영에 관련한 서적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게 너무 즐겁다. 역시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 잘하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법일 텐데... 다음 회사에서는 스스로 이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계감사가 회계 말고도 알려주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