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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atsall Jul 25. 2022

결국 고객만족

스타트업 세련된 이야기들 결국 고객만족. 오오 그것은 고객만족

일을 그만두고 다음 회사로 가기까지 2주의 기간 동안 스타트업 성장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접했다. 책, 유튜브, 아웃스탠딩, 유명한 사람들의 브런치 등등. 스타트업에 다니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굳이 근처에 두지 않으려 했던 이야기들인데, 퇴사하고 보니까 참 재밌긴 하더라.

물론 경영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노력이긴 했지만, 지난 근무 경험들이 뜨문뜨문 떠오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좁은 시야로 바라봤던 것, 내 생각이 역시나 맞았던 것, 내 뒤통수를 때리는 것 등등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들 대부분은 방법론에 관한 것들이었다. 성장에 관한 새로운 지표의 개념, 그 지표의 측정방법, 일하는 문화, 빠른 학습과 실행을 조직에 퍼뜨리는 법.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 보다 보니 드는 생각은, 그 모든 것이 결국 제품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실행방안들이지 않나 싶었다. 


시장 반응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찾기 위한 것이 MVP이고, 제품의 가치를 고객 반응으로 측정하려 하는 것이 리텐션 또는 캐링케퍼시티같은 개념이다. OKR이나 애자일 같은 인사관리 방법론도 제품을 빠르고, 잘 만들기 위해 내부 조직을 적응시키는 목적이고, 제품의 개념을 조금 더 넓게 보아 '회사'를 하나의 제품을 본다면 이 회사의 인력 밀도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내 뒤통수를 때린 점은, 제품의 본질적 가치는 직원도, 투자자도, 컨설팅펌도 아닌 고객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고리타분하지만 제품의, 부서의, 기업의 변하지 않는 목표는 결국 '고객 만족'이지 않을까. 사실 굉장히 간단한 사실임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기술과 세련된 경영방식들이 세상을 일깨우고, 리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객만족' 보다는 새로운 '가치 창출'이나 '혁신' 같은 키워드들이 언젠가부터 더 부각되었고, 이는 마치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새로운 무엇인가가 나와야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여겨지는 양상이었다.


취준생 시절, 서류전형에 합격해서 그 기업의 인재상이나 비전을 확인하러 가보면 항상 있는 항목이 '고객만족'이었다. 삼성, 현대, LG / 유통, 제조, IT 구분 없이 고객만족은 대기업들이 대부분 내걸고 있는 목표 중 하나이다. 이미 크게 성공한 조직이 뻔하디 뻔한 슬로건을 굳이 내걸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 기업 인사팀이 대충 있어 보이는 말을 갖다 붙인 것이라 생각했었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비전, 그룹의 존재 이유를 고객으로 설정했다.


J커브를 꿈꾸는,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하고픈 스타트업들은 그들이 지닌 뛰어난 기술력이나 경영진들의 인사이트에 취해 VOC는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투자자는 피투자사가 고객을 만족시키기도 전에 고객을 많이 모집했는지부터 닦달하지 않을까. 내가 경험해본 바로는, 그런 일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물론 '고객은 본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는 말도 맞긴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명제에 너무 매몰되어서 고객의 만족도를 등한시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결과가 안 좋았던 것 같다. (왜냐면 성공 케이스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단편적으로 생각해봐도, 내 연인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운데. 내 연인과 오랫동안 합을 맞추고 갈등 없이 행복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데, '고객'은 불특정 다수이니까. 어렵지만,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해!'라는 추상적이면서도 순수한 목표로 일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좋은 회사, 재밌게 일할 수 있는 회사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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