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유 말고, 마음의 여유
완전한 자율과 냉정한 평가에 기반하여 인력의 밀도를 높인다는, 어찌 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 순간 짜증이 확 생겨서 책을 덮어버렸다.
"누가 이런 거 몰라서 안 해???"라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노동시장,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그 좋은 이야기들이 모두 잔소리며,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할 부담이며, 터무니없는 이상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땐 참 일이 많았고... 당장 할 일들이 너무 많았고... 그 수많은 할 일들마저도 내 뜻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사례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너무나도 맞는 말들. 너무나도 이상적인 말들. 그런데 그것들을 우리 회사에서 현재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안타까운 것은, 책은 나 혼자 읽었고 그러한 인사이트 또한 회사에서 나 혼자만 얻었다는 사실이다. (설령 다른 누군가가 같은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굳이 드러내기 쉽지 않다.)
이 상황만 되더라도 조직 내의 어떠한 부분이던 개선이 빠르게 될 것 같다. 이거 이거 해야 합니다~라는 설득의 과정은 그래도 생략이 되니까. 이미 팀이 꾸려졌으니까.
그럼 구성원들 모두가 동일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를 고민해보니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공개된 소통과 경영진의 경영 의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회고하고, 근거와 결정을 공유하는 것. 내가 굉장히 즐겁게 근무했던 스타트업들이 아주 잘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이러다 보니 문득 의문이 생긴다.
"내가 일은 진짜 많이 하긴 했는데,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퀄리티 있게 일을 했나?"
아쉬움이 든다. 나는 왜, 우리는 왜 이러한 건전한 발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나. 우리는 왜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시키는 일만 했는가.
퇴사일을 기다리며 거의 반쯤 놀다시피 하고 있는 요즘, 한창 날씨도 좋아서 놀기에 좋지만 그런 경영에 관련한 서적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게 너무 즐겁다. 역시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 잘하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법일 텐데... 다음 회사에서는 스스로 이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