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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atsall Feb 13. 2024

영화 남극의 셰프, 모토상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남극까지 가야 한다면

실제 남극 관측 대원으로서 조리를 담당했던 니시무라 준의 유쾌한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영화화한 작품

영화 [남극의 셰프]를 짤막하게 설명한 나무위키 첫 한마디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일본 요리영화라는 특징 - 소소한 유머와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다루고,

남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다룬다.


영화는 남극기지 중에서도 가장 오지인 곳에서 아저씨들 8명이 생활하는 이야기이다. 유별난 점은 너무 오지이기 때문에 펭귄도, 바다표범도, 심지어 바이러스조차도 추워서 살 수 없는 곳이라는 점.


난 이 영화를 대여섯 번 봤다. 부담 없이 클릭할 수 있는 영화이면서, 소소한 유머가 곁들여진 게 좋았기 때문.

2024년 설연휴 때도 그냥 이 영화를 보다가,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캐릭터와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극 중 '모토상'으로 불리는 안경잽이 연구원 아저씨.


오른쪽이 모토상. 저기서 AWS는 아마존 웹 서비스가 맞는 것 같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남극기지까지 오게 된 여러 사연을 갖고 있다. 누군가는 좌천되어서, 누군가는 대타로. 하지만 그중에서 모토상은 거의 유일하게 자진해서 남극에 온 인물이다.

이유는 "남극의 빙하를 너무나도 연구하고 싶기 때문".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남극에서만 할 수 있다면


'빙하를 연구한다'라는 점에서 순수학문 전문가가 지닌 괴짜 같음이 보이긴 하지만, 어떤 한 가지에 미쳐버린 워커홀릭이라는 점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유형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남극이라는 상황이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만들어준다.

일을 좋아하고,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링크드인에 넘쳐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모두가 남극까지 갈 정도로 일을 쫓을까. 이 영화 속 남극의 일은 '나만의 인생'에 대한 기회비용과도 같다고 문득 느껴졌다. 모든 현대인들에게, 성장을 추구하는 워커홀릭들에게, 남극까지 갈 정도로 각오가 되어있을까. 아니면 북극 정도인가? 아마존 정도일까?

모토상은 일 욕심만을 극도로 쫓게 된 경우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그렇게 극도로 일을 쫓은 사람에게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회사생활의 끝은 어디일까
무뚝뚝하다가도, 울음을 참다가도,


그렇게 남극에서 지 하고 싶은 대로 일하던 모토상은 귀국하던 날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딸은 아빠 얼굴을 아는지 모르는지 멀뚱멀뚱 쳐다보고, 아내는 품에 안겨 울고, 정작 본인은 괜찮은 척하면서도 울컥하던.

본인의 꿈을 위해서 아내, 자식, 심지어 본인의 목숨마저도 베팅할 정도였는데, 정작 돌아왔을 때 모토상을 맞이해 준 건 그가 한때 포기했던 가족이었다. 다만 조금 관계가 어색할 뿐.


영화를 서른여섯 살에 다시 보면서 모토상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1. 나는 일을 좋아한다 했지만, 남극까지 갈 정도인가.

2. 남극까지 간 사람도 결국 돌아 올 곳은 가족이 아닌가.



쌓인 메일이 많다. 다음 주 미팅도 많다. 하지만 아내와 저녁은 같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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