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 vs 배우면 좋은 점을 알려주는 것
사내 SQL교육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개발직군의 주니어 위주로 니즈가 있다는 말이 들렸고, 마침 HR에서도 사내교육을 제도화 중이어서 무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다만 회사에 오래 근속했던 분들 위주로 우려를 보였는데, "예전에도 SQL교육하고, 전파하려 했는데 별 의미 없었다. 잠깐 반짝하고 말 거니까 괜히 힘 빼지 마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과거 두세 차례 SQL 교육을 시행한 적이 있었고, 그때 자료를 찾아보니 제법 커리큘럼이 체계적이었습니다. 현재 비개발 직군의 SQL 사용현황이 저조한 걸 보면 "별 의미 없었다"라는 우려가 진짜인 것 같긴 했습니다. 문득 방향성이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전 회사에서도 사내교육을 몇 번 진행해 봤지만, 끝까지 의미 있게 마무리된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발성 사내교육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배워야 하는 이유'에 집중해 보기로 했습니다. 비개발자이고 데이터분석가가 아닌 사람들이 SQL을 배우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래서 의지가 생겼다면 그 뒤의 도움은 충분히 주겠다고, 쿼리 작성방법에 집중했던 기존의 방식과는 차이를 뒀습니다. 문법은 아주 기초적인 부분만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다루었고, 커리어를 위해서든 빠른 퇴근을 위해서든 여러모로 시너지를 내기에 SQL만 한 것이 없다고 180분 동안 떠들었습니다.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으로 유명하신 양승화 님께선 데이터 드리븐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사내교육을 하셨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직은 왜 SQL 사내 교육에 여태 실패해 왔을까. 나는 왜 2년 전 입사하자마자 교육부터 할 생각을 못했을까." 문득 자조적으로 묻게 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당시에 그 누구도 '배워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의 방향성, 업무지시, 동료들의 분위기 등 어느 면에서도 굳이 SQL을 배워야 했을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어찌 됐든 강의 준비에는 꽤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동기부여를 해주는 게 더 나았을지, 3개월 정도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