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반대일세.
죽어도 죽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후세인의 필요에 의해 살려두는 경우. 호찌민, 마오쩌뚱, 김일성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일 터이다. 애고 불쌍해라. 똑같지는 않지만 사라지고 싶은데 사라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역시 후세인의 필요에 의해 사라지지 못하는 경우. 유물이 그 대표적인 예일 터이다. 불쌍하진 않으나 좀 안타깝다. 특히나 사라지길 바란 고인의 바람이 있었다면 더더욱.
법정 스님의 ‘빠삐용 의자’가 근현대 예비 근대 문화유산 후보에 선정됐다고 한다. 정식 지정이 되면 보호 관리 된단다. ‘빠삐용 의자’는 스님이 장작용 땔감으로 만든 소박한 의자로, 섬에 갇혀 인생을 낭비했던 빠삐용처럼 자신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의자에 앉을 때마다 되돌아봤기에 붙인 이름이란다.
스님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으니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지만, 나는 스님을 좋아하면서도 그리 반갑지 않다. 구업(口業, 말이나 글로 짓는 허물)이 싫다며 사후 자신의 책을 출판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던 스님의 말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절 인연이 끝나면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이니 자신의 유물 또한 사라지기를 바랐을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데, 그분의 의자를 유산으로 관리하려는 것은 고인의 유지와 어긋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번 일에 큰 역할을 했던 제자 덕조 스님에게 스님은 저승에서 이렇게 일갈할 것 같다. “네, 이 놈! 덕조야! 네가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죽었으면 죽어야는데 죽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들처럼, 사라져야 하는데 사라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더구나 고인의 유지가 있었다면 더더욱.
난 반대일세.
*예비 근대 문화유산 제도: 제작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장래에 등록문화유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유산을 발굴해 보호하는 제도이다. 9월부터 시작됐다. 나는 유물을 등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스님의 경우는 좀 특별한 경우라 심심파적으로 한 이야기이니 혹 언짢으셨다면 널리 양해해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