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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 콩 놓치지 않기를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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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한 식기 건조대. 너무 흐뭇하다. 사랑스럽다. 밥 먹다 자꾸 쳐다보게 된다. 좋다.


1단 식기 건조대는 그릇과 접시가 겹쳐 늘 불편했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싫었고, 불필요한 정리를 자꾸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다. 마나님께 새로 2단짜리 건조대를 사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예의 대답만 찰떡같이 하고 꿩 궈먹은 소식이라 할 수 없이 이번에도 내가 샘을 팠다. 아휴, 아까운 내 용돈. 그래도 사고 보니 너무 기분 좋아 용돈 아까운 생각이 안개 사라지듯 사라졌다.


2단이다 보니 접시와 그릇이 분리되어 부딪힐 일이 없고 별도의 정리도 필요 없다. 아, 이 좋은 것을 왜 진즉에 아니 했던고? 순간의 불편만 참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그랬던 것 아니었을까? 조금만 개선하면 이리 좋고 흐뭇한 것을! 볼 때마다 흐뭇함을 느낄 것 같다.


어쩌면 큰 기쁨이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작은 기쁨의 집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도 그렇지 않을까?


대국민신경안정제 유시민 씨가 현 정부에게 충고했다. 내식으로 표현하면, “너무 큰 일 하려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들 하세요.”였다. 작은 성공의 집적이 곧 큰 성공이라고 보고 한 말 아니었을까? 사실 5년은 긴 듯 보여도 그리 긴 기간이 아니다. 현 정부가 이 충고를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부디 하늘만 쳐다보고 주머니 속 콩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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