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얘들아, 누가 이렇게 예쁜 매화꽃을 그려놨어?”
“매화꽃요?”
“그래, 매화꽃. 너희들 발자국을 보니 영락없이 매화꽃 같구나.”
“그래요?”
“멋지게 매화꽃 그려놓았으니, 상을 주려고.”
“저예요!”
“엉, 까불이?”
“네. 제가 어제 주인님 일하시는 거 봤거든요. 그래서, 살짝….”
“어, 너였어? 네, 이 놈! 주인님이 일하는 거 보고도 발자국을 남겨? 너, 오늘 밥 굶어!”
“예? 언제는 상 주신다고 하더니!”
“이놈아, 그렇게 꼬드기지 않으면 누가 제 발로 자백하겠니?”
“어어, 주인님, 평소 주인님답지 않으세요. 이런 얄팍한 수 쓰는 분이 아니신데. 요즘 내란 재판 변호사들이 쓰는 얕은수를 너무 많이 보셔서 그런 거 아녜요? 실망이에요.”
“실망? 음…. (이거, 마음이 괜히 흔들리네?)”
“그리고 주인님, 제가 남긴 발자국, 그렇게 밉지 않잖아요. 주인님이 말씀하신 대로 매화꽃 같지 않아요? 히~”
“뭐여, 이놈이? 잘못해 놓고 되려 잘했다고 말하네.”
“아이, 잘못이야 했죠. 하지만 저희들이 원래 호기심이 많잖아요? 그래서 살짝 밟아본 거예요. 그거 가지고 그렇게 화내시면 정말 실망이에요.”
“실망? 음…. (어, 이거 자꾸 마음이 흔들리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리고 원래 ‘작품’에는 사인이 있기 마련인데, 주인님이 거기다 글씨를 새기실 분도 아니고 제가 예쁘게 매화꽃으로 사인했다고 생각하시면 되잖겠어요?”
“음…. (어, 이 놈 봐라. 갈수록 말이 청산유수네. 이것 참. 뭐라고 반박하기 어렵게 만드네.)”
“주인님, 솔직히 처음엔 꼬드기느라고 매화꽃 운운하셨지만, 사실 그렇게 제 발자국이 싫은 건 아니셨죠?”
“그야, 뭐….”
“거 봐요. 히~ 속으로는 좋으시면서.”
“음…. (허, 참, 이거 어떡하면 좋지? 그냥 물러서자니 체면 구기고.)”
“주인님, 하지만 저도 잘한 것만은 아니니, 오늘 저녁은 평소의 반만 먹을게요. 그러면 됐죠?”
“음… 그… 려. (허, 이 녀석 맨날 ‘까불이’라고 우습게만 봤는데 그게 아니네.)”
“주인님, 기념으로 제 발자국 사진 꼭 찍어 주셔요? 아셨죠?”
“그… 려….”
*뒷텃밭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두꺼운 송판으로 계단을 해놓았었는데 부식되어 이번에 시멘트 계단으로 대체했다. 건조 상태를 보러 갔는데, 고양이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처음엔 화가 났는데, 발자국이 너무 앙증맞아 금방 화가 풀렸다. 이 느낌을 동화 비스름하게 한 번 써봤다. 집에 마나님이 들인 길양이 일곱 마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