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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국 Nov 16. 2023

우리의 인생은 계속된다.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우리 인생이 구성된다.

어려서는(10대~20대 초반 시절) 나만 목표도 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사회에 부유물인 듯 떠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웠다. 책에는 사람은 다 그런 거라고, 괜찮다고 하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책은 나에게 따뜻하게 괜찮다고 얘길 해주지 않았다. 그런 얘길 해줄(아니 들어줄) 친구(아니라도 멘토)가 있었더라면 좀 덜 힘겹고 좀 덜 고통스러웠겠단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목표 없이 거리를 배회하거나 부유물처럼 떠다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삶이 힘겹고 고통스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내 주변의 누군가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너만 힘든 것은 아니라고, 힘들면 울어도 되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수 있다고 얘길 해주고 그의 얘기를 잘 들어줄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삼십 대에는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았다. 술자리도 종종 있었다. 늦게 들어가면서 편의점에 들러 딸기우유를 종종 사 먹었다. 술을 먹거나 일하느라 좀 피곤하여 쓴 입에 달달한 딸기우유가 들어가면 기분이 급 좋아졌다. 생각해 보니 딸기우유를 안 먹은 지 한참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술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나이가 들면서 술을 덜 먹게 되었고, 몸이 힘들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걸 줄이기도 한 탓일 게다.


그때는 늦게까지 일하고, 술자리도 종종 갖는 게 좋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관계이든, 조직이든 무언가가 영원할 것처럼, 오래오래 갈 것처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러한 시기는 굉장히 짧다. 쉬이 마음이 변하고, 상황이 바뀌고, 사람은 그러한 변화에 쉬이 적응해 버린다.


불교의 '무상(無常)'이란 말이 우리 인생을 잘 대변한다는 생각이 갈수록 든다. 무상은 일체 만물이 끊임없이 생멸변화하여 한 순간도 동일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불교의 근본 교리이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도, 사랑도, 관계도, 조직도 그러하다. 그러니 너무 비관할 필요도, 너무 낙관할 필요도 없다. 또한 너무 슬퍼할 필요도, 너무 기뻐할 필요도 없다. 최대한 덜 우울하게, 가끔 즐겁고 기쁜 일을 만들고, 찾고 하면 좋은 인생일 것이다. 


얼마 전 퇴근하는 길에 딸기우유를 사 먹었다. 딸기우유를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잠시 지켜봤다. 난 무얼 향해서 뛰어가고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인생일까를 생각했다. 정답은 없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얼 향해 뛰든, 어떻게 살든 괜찮지만 '좋은 인생'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삶이 좋은 인생일까? 매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모여서 결국 나의 삶을 구성한다. 게으르게 잠을 더 잘지, 아침에 부지런히 남산에 올라 상쾌하게 하루를 맞을지는 나의 선택이고, 그 결과도 나의 몫이다.


용기를 낼지, 비겁하게 굴지,

양보를 할지, 욕심을 부릴지,

공부를 할지, 아니면 놀지,

욱하는 마음을 참을지, 말지,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술을 먹을지, 말지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면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고, 좀 더 비겁한 선택을 하면 자신의 인생도 좀 더 비겁해진다. 용기를 내는 선택을 하면 대부분 마음이 편해지고, 결과적으로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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