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혐오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우리를 성찰하다.
첫째는 관찰이다. 그야말로 사람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내주는 완두콩 관찰일기를 쓰라는 숙제를 하면서 완두콩이 어떻게 자라는지 하루하루 들여다보고, 그 관찰한 내용을 공책에 적는 것이다. 들여다보는 것에 그치고, 그 이상의 생각을 더하거나 자신의 시각을 갖는 것은 하지 못하는 단계이다.
다음으로 고찰이다. 생각하여 살피는 것이다. 고찰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보는 것에서 좀 더 나아가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을 덧붙이는 것이다. 대학에서 내주는 과제는 단순한 관찰로는 부족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을 더하여 사람 혹은 사물에 대해 들여다보는 고찰의 과제이다. 이러한 고찰의 시간을 통해 한 인간의 가치관이 형성된다.
넷째로 성찰의 단계이다. 성찰은 현재뿐 아니라 과거까지 돌이켜보고 깊이 살피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피며, 미래를 예비하는 것이 성찰이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만물과 인간을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다. 성찰의 단계에 이르러야 시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성찰은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 공감이 있어야 가능한 단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저마다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나의 아픔이 가장 아프기에 타인의 아픔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그래서 더 외로워진다. 타인의 감정에 신경 쓰고 싶지 않고, 사람이란 존재에 대해 혐오하지만, 결국 그 사람이 내 곁에 없어서 외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슬퍼한다. 이런 아이러니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