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박 15일 뉴질랜드 여행기>
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을 검색하다 발견한 카이코우라.
고래? 돌고래? 아니, 진짜 커다란 고래다. 검은 등판에 흰색 반달무늬가 있는 킬러웨일을 보고 싶었지만, 그곳에서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고래는 향유고래였다. 고래의 머리에서 얻는 ‘향유’에서 이름이 유래된 고래였다.
이름은 ‘고래 보기(Whale Watch)’였지만, 실상은 ‘고래 찾아다니기’에 가까웠다. 우리는 10시 배를 탔다. 7시 배도 있었지만, 첫 배는 더 넓은 바다를 찾아다녀야 한다고 했다. 10시 배는 3시간 전 고래가 나타난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고래는 한 번 깊이 잠수하면 1시간 가까이 숨을 쉬지 않는다. 수면 위로 올라와 짧게 여러 번 호흡하는 그 짧은 순간에만 우리는 고래를 만날 수 있다.
수족관이 아닌 자연에서 만나는 고래는 어떤 모습일까. 데이트를 앞둔 사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고래에 대한 정보를 읽고 또 읽었다.
1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1시간이 되어도 고래는 나타나지 않았다. 고래는 물속에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배에서는 물속에 넣는 스피커를 동서남북으로 돌리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장소를 옮겼다. 선원도, 선장도 다소 당황한 듯 말했다.
“고래를 못 볼 수도 있다”
나타나지 않는 고래에 대한 원망을 그들에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12시가 되자 오늘은 고래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분수대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기차가 출발하는 듯한 소리, 수영장에서 발차기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바위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가까이 보니 그것은 바위가 아니라 고래였다.
고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차게 물줄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우연히 연예인을 마주친 것처럼, 가방 속에 넣어두었던 카메라를 황급히 꺼내 들었다.
세 척의 배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인간이 보호해 주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그걸 알아들은 것인지, 고래의 숨소리는 점점 편안해 보였다.
고래는 같은 동작을 반복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새로웠다.
그 순간, 망망대해 위에는 고래와 나만 존재하는 듯했다
작별의 시간을 알리듯 거대한 몸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가라앉히며 깊은 바다로 잠수했다. 두 쪽으로 나누어진 꼬리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듯 했다. 그리고 처음 보았던 바위는 신기루처럼 흔적 없이 사라졌다.
고래가 다시 바닷속으로 사라지자, 나도 모르게 가쁜 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나 역시 숨을 참고 있었다. 숨이 멎는다는 표현이 어떤 순간인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던 고래 찾기는, 나만의 BTS를 만난 하루로 바뀌었다. 고래는 모두의 연예인이었다. 카이코우라는 언젠가 은퇴 후에 한 달쯤 머물고 싶은 장소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