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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하게 묘사하기

2강 소설 기초 글쓰기 숙제

by 은주

청동빛 동상이다. 그러나 청동으로 주조된 듯하면서도 흙으로 빚은 듯한 질감이 느껴진다. 줄무늬 재킷과 바지가 한 벌인듯하다. 어색하게 몸에 맞지 않게 헐렁하다. 머리카락은 귀를 덮고 안쪽으로 둥글게 말린 단발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앞머리에서 이마까지의 간격은 약 3.5센티, 폭은 그보다 조금 넓다. 맨발에 가까운 발에는 오른쪽 신발이 닳아 있고, 그 모양으로 보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듯하다. 움푹 파인 눈은 장님처럼 보이며, 어깨에는 일본 사무라이처럼 두 자루의 칼을 걸쳐 메고 오른손에는 작은 칼인지 연필인지 모를 도구를, 왼손에는 두꺼운 책자를 들고 있다. 가슴을 가로지르는 사각 가방의 끈은 어깨를 따라 교차하며, 그 아래로는 나무판자를 동여맨 줄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어깨에 멘 것은 칼이 아니라 나무 막대 같다.


거친 질감의 청동빛은 그가 뼈만 남은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허리에는 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천이 묶여 있는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듯하다. 왼쪽 무릎은 휘어 있고, 오른쪽 다리는 힘이 빠진 듯 곧게 뻗어 있다. 움푹 들어간 볼과 도드라진 광대뼈는 그가 잘 먹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덥수룩한 수염 아래로 올챙이처럼 나온 배는 맥주 배 같기도 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건물 아래 흰 장미들이 계절을 알려주는 듯 피어 있다. 시장에서 파는 꽃이 아니라 덩굴장미가 일정하지 않게 서로 얽히며 담을 감싸고 있다. 얼핏 보면 코스모스 같기도 하고, 들꽃 같기도 하다. 그 앞쪽으로는 연보라색 라벤더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자라며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동상 오른편에는 흰색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여섯 개의 창문이 위층 세 개, 아래층 세 개로 정렬되어 있으며, 왼쪽에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앞에는 낮은 담장이 이어지고, 담장을 따라 흰 장미 넝쿨이 공원과 길의 경계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오른쪽에는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앉아 있는데, 피크닉 가방처럼 보이는 흰색 가방 위에 손을 얹고 있다. 오십 대쯤 되어 보이는 그는 회색 후드티를 걸치고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다.


나무 막대의 튀어나온 모서리가 궁금하여 관찰하니 나무 막대 두 개는 ‘지젤 판화’의 다리다. 동상의 발아래 투박한 사각 돌이 놓여 있다. 그 앞면에는 반듯하지 않은 글씨로 “A VAN GOGh”라고 새겨져 있다. ‘h’만 소문자인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 돌은 정사각형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왜일까. 그 기울기가 마치 고흐의 흔들린 시선처럼 느껴진다. 그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외로운 사람인 듯하다.

홀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이 사무치게 안쓰러워, 나는 눈으로라도 한동안 그의 곁에 서 있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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