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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수아 Jun 22. 2022

나는 근력운동을 합니다.

나의 근력운동 일지_intro.

 

covid19가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 중에는 '근력'이 있다. 그룹운동을 3년째 꾸준히, 특히 코로나로 집합 금지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부터는

인원 제한을 지키며 kf94 마스크를 쓰고

나는 매주 월수금 근력운동을 한다.

코로나 시국에  내가 가장 열심히 한 것은 천연 발효종 빵 만들기, 그리고 근력운동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30대까지 불규칙적인 프리랜서 생활에 먹고 자는 게 부실하다 보니 살이 찌기보다는 만성적인 위염이 있기는 해도 비만은 아니었다. 덕분에 다이어트는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이 둘을 출산하고 빠지지 않던 3kg이 해외생활을 하며, 또 요리에 취미를 갖게 되며 야금야금 살을 붙여 나가더니 급기야 앞자리가 바뀌어 40대 중반을 맞기까지 굳건해지는 게 아닌가. 물론 그 사이사이 태교요가, 산후 요가, 또 직업병이었던 허리 통증, 어깨 통증을 위한 스트레칭과 걷기 등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운동들은 늘 우선이 아니라 '시간이 남으면'이라는 전제가 있었다.

팔뚝살과 허리살이 옷태를 좀 밉게 만들면 한 두 달씩 먹는 것을 좀 줄이고, 걷고, 주량을 줄이고 하며

나름  몸무게 앞 자릿수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뒷 자릿수의 증가를 막기 위해 노력을 했다면 했고. 그렇지만 운동을 필사적으로 하려는 생각은 전혀, never 하지 않았다.


60대에 몸짱이 된 친정엄마


중국에서 주재원 가족으로 지내며 방학 때면 한국에 동생네 집에 아이들과 일주일씩 함께 지내곤 했는데 저녁마다 동생이 30분 유산소 순환운동을 하러 나간다며 운동복을 제대로 차려입고 나가길래 관심을 가졌더니 직업상 오래 앉아있으면서 골반 통증도 심해지고 안 찌던 살도 쪄서 운동을 해야겠다 맘먹고 동네에서 둘러보다 다니기 시작했단다.

워낙에 그전부터 우리에겐 '운동 전도사'인 엄마 아빠의 운동권 유가 늘 있었지만 우리 자매들은 '네네 엄마 아빠 스스로 챙기시지 너무 감사해요. 저희는 때 되면 알아서 할게요" 하고 영혼 없는 답변만 하던 차였는데 동생은 몸이 아프니 엄마의 운동 잔소리를 드디어 실행하기 시작한 것.

친정 엄마로 말하자면 평생을 다이어트를 하며 건강염려증이 오히려 의심될 정도로 먹는 것, 운동하는 것에 투철한 분이다. 그런 엄마가 중국에서 3년을 지내고 오니 매년 왠지 탄탄해지고 활기가 넘쳐서 보기 좋다, 젊어 보인다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겨울 친정에 갔다가 거실 한 코너에 즐비한 운동기구를 보고서 그야말로 운동에 '진심'인 엄마의 면모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폼롤러, 케틀벨, 우드 롤러, 볼란스 등등.. 지금은 익숙하지만 그때는 생소했던 온갖 운동기구를 엄마는 다 갖추고 있었다.


"너네도 지금부터 해야 나이 들어서 고생 안 한다."

"엄마가 운동하는데 투자한 게 명품백 몇 개는 살 수 있는 돈일 거다. 그래도 해야 돼. 안 아까워~"


호기심으로 들른 동네 운동 스튜디오인데 프로모션을 한다길래 등록해서 시작한 pt 운동이 꽤 엄마한테 잘 맞고 코치의 운동지도도 신뢰가 가서 벌써 몇 년째 다니고 계신다고. 60대의 나이에 군살 없고, 케틀벨 20kg 스윙을 멋지게 하는 엄마를 보니 솔직히 궁금해졌고 왠지 더 나이 들기 전에 나도 제대로운동하는 법을 배워서 엄마처럼 건강을 유지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잠깐 솔깃했지만 언제나처럼 '어.. 나중에 기회 되면 하지 뭐~ 엄마 보기 좋아요 열심히 하세요!!" 하고  생각을 뒷전으로 미뤘다. 그렇게 근력운동은 나와 상관없는 엄마의 운동이었다. 그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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