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수아 Aug 24. 2022

운동은 나의 '우선순위'

나의 근력운동 일지 3_ 근력운동 3년 차입니다.

우리의 뇌는 기억도 잘하지만 기억에 기반해서 내 신체를 교묘하게 잘 조종한다.

특히 통증에 관해서는 이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회피하려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무의식이라는 것에 이렇게 지배를 받는 것인가 하고 이성의 KO패를 허탈한 웃음으로 받아들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운동으로 다친 이후 그 동작을 하면 '아프니' 동작을 피하고, 그 횟수를 줄이고, 그 운동을 안 하는.. 그러면서 내 몸은 다시 '운동하지 않는 몸'이 되는 그 패턴. 그래서 어제 본 김종국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가 자신의 목표는 아프지 않고 좋아하는 운동을 앞으로 계속하는 것이고, 그런 생각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채널이 목표라고 했을 때 '나도 나도요!!" 하고 화상 채팅하는 것처럼 소리를 칠 뻔했다.


요가를 떠나 '인생 운동'을 만나다.


운동과 다이어트에 평생 진심인 엄마 덕분으로 나는 등한시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요가가 아닌 평생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룹 pt' 운동.

워낙 까다로운 소비자인 엄마가 한 군데 정착해 오랜 운동을 한 것엔 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파격 세일가에 회원 모집을 했을 때 나와 내 동생 모두 두말없이 등록을 했다. 엄마가 추천한 이유에는 일단 지하에서 운동하지 않는다는 것, 코치 두 분이 케틀벨, 크로스핏, 재활운동, 각각의 자격이 충분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소그룹이라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이었다. 하지만 처음 경험한 그룹 pt는 낯설고, 시스템도 잘 적응을 못해서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어영부영 1년의 시간을 보냈다.  다만 어딘가에 적을 두고 내 의지가 동하면 운동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 무의식적으로 '운동해야지 운동해야지' 하는 마음의 소리가 계속 메아리치도록 자기 암시를 했다는 것이 노력이라면 노력일까 ㅎㅎ


'운동'은 나의 우선순위.


다음 해.  재등록을 하며 심기일전했다. '꼭 일주일 세 번 운동을 해야지'하고.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며 한동안 gym에도 못 간다고 했을 때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운동 욕구가 더 폭발했던 거 같다.

운동시설 봉쇄가 풀리고 정상화됐을 때부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주 11시 우리 그룹은  KF 94 마스크를 착용하고 50분의 근력운동을 한다. 추운 겨울에도 환기를 위해 앞 뒤 문을 다 열고 운동했고, 작년에는 에어컨도 못 틀고 환풍기와 실링팬으로 쿨링 하며 방역지침을 다 지켜가며 말이다. 회원들 모두 코로나에 걸리면 본인 손해이기도 하지만 같이 운동하는 회원들에게 피해가 갈까 서로서로 조심하며 물 한잔 마실 때도 자리를 피하는 등 운동을 이어가기 위한 소소한 노력을 꾸준히 했다. 매주 월수금, 요일마다 가슴, 하체, 등을 운동하는데 처음엔 운동하고 나면 다음날 근육통으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다.점차 그 통증에 익숙해지고, 통증을 푸는 법을 알았고, 조금씩 발전하는 운동능력에 비례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늘어나며 라운드 숄더가 조금씩 펴지고, 군살들이 정리됐다. 몸의 변화보다 내가 느끼는 나 자신의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운동이 나의 시간표에서 우선순위가 되었다는 것. 모든 약속과 일정은 정해진 운동시간을 비껴 정하고, 운동 전에 공복을 유지해야 운동이 편하니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으로 이어지고.. 아이들과 집안 행사로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월 수 금 나의 11시는 무조건 운동의 시간이다.

40대 말에 근력운동을 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마 조금만 늦었다면 바벨을 들고, 벤치프레스를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엄두도 못 낼 나이를 맞았을 수도 있다.

세상에..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근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