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셔츠와 연한 파랑의 화사한 코트를 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와 나는 책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다음 주부터 나와주실 수 있나요?"
"네, 알겠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조급하게 쉬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새로운 곳의 어색한 공기는 역시 답답했다. 아마도 싸늘한 표정의 그녀에게 주눅 든 탓도 있을 것이다.
첫 휴학을 신청한 21살의 나는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미술을 가르쳤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네 군데의 미술학원에 근무했는데, 지금 하는 이야기는 그 마지막을 장식한 1년간의 근무 경험이다.
정해진 시간은 1시부터 저녁 7시까지였지만 나는 12시 반에 항상 출근을 했다. 처음 3개월은 수습기간으로 원래 받는 월급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받았다. 인수인계를 해주시는 선생님과 함께 1주일간 일을 나눠 맡았는데, 아마도 그때가 근무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왜냐하면 일주일 후부터 퇴사를 하기까지 굉장한 스트레스와 함께 다시는 이곳에 발을 붙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첫날은 숨 막히는 적막이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은 나를 처음 보는 것일 테고, 나는 여기서의 근무가 처음이었기에. 불안한 나는 시간이갈수록 더더욱 몸을움츠리고 있었다.
교실은 3개의 테이블에 6명이 둘러앉아 있었는데 그 분단에는 아이들을 아우르는 원장이 상석에 있었다. 정적을 즐기기라도 하듯 아이들은 얌전히 그림을 그려나갔다. 마련된 내 자리가 없었을뿐더러 아무런 지시를 받지 못한 나는 적당히 눈치를 봐가며 아이들을 지도했다. 속으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신이 아득했지만 말이다. 나름 초면이라 최선을 다하여 한 명씩 그림을 봐주며 움직이던 그때, 원장이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그렇게 안 하셔도 돼요."
멋쩍은 나는 하던 지도를 멈추고 결국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날 나의 자리는 어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