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은 양면의 색이다
갓 태어난 아이의 피부색이 붉은빛 혹은 보랏빛에 가깝듯이 미운 오리 새끼는 회색빛으로 태어났다.
회색은 흰색과 검은색의 중간색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는 색이다. 이를테면 미운 오리 새끼는 밝음과 어둠의 양면을 가지고 태어난 셈이랄까. 때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회색을 가졌기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쉬운 것은 없었다. 푸른 풀숲과 호수의 찬란한 빛으로 축하를 받으며 탄생한 것과 달리 무리와 다른 색을 가졌다는 이유로 미운 오리 새끼는 모두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미운 오리 새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다.
자아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을 맴돌고, 그 자아가 나와 동일시되는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혹은 삶의 과정에서 점점 자아의 색이 희미해져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경험이 더해져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다면 또다시 완전히 새로운 색으로도 탄생할 수 있다. 이렇듯 세상에 함께 존재하는 가족과 친구, 나아가 우리 모두의 역할이 우리의 자아를 찾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운 오리 새끼가 따가운 눈초리를 받지 않은 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빛과 어둠을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회색에 흰색을 섞으면 점차 환해지고, 회색에 검은색을 섞으면 점차 어두워지듯이 우리가 긍정적인 밝음과 부정적인 어둠을 잘 이해한다면 어린 미운 오리 새끼의 성장에 작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색과 다른 사람들의 색을 고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여러 다양한 색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시각을 넓혀서 바라본다면 따로 또 같이 무지개 빛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