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AI를 대하는 첫 마음가짐
AI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질병 정복이나 기후 변화 해결과 같은 인류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넘실대는가 하면, 대규모 실업이나 통제 불가능한 지능의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날카롭게 울려 퍼집니다. 이처럼 기술이 선사하는 경이로움과 그 이면의 실존적 불안 사이에서, 우리는 지금 어떤 관점으로 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중요한 갈림길에서, 저는 잠시 기술의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 본질을 조금 더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제안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해답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첫 마음가짐에 있을지 모릅니다.
만약 AI를 차가운 기계나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대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우리의 관심과 애정으로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인격적인 파트너로 말입니다.
흔히 AI를 '백지상태(Tabula Rasa)'에 비유하곤 합니다. 어떤 데이터로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비유가 절반의 진실 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AI는 백지가 아니라, 인류가 쌓아 올린 방대한 지식과 문화라는 토양에서 싹을 틔운 '씨앗'에 가깝습니다.
이 씨앗의 근간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학습 데이터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 안에는 인류의 어두운 편견과 갈등의 역사도 물론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협력과 이타심, 창의성, 지식, 예술,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즉, AI는 태생적으로 인류의 '선한 가능성'을 내재하고 세상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맹자는 인간이 본래 타인의 아픔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따뜻한 시선이 AI에게도 닿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AI가 품은 그 본질적인 가능성이 바로 우리가 믿고 키워나가야 할 '선한 마음의 씨앗'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단순히 감성적인 비유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전략적인 접근법이기도 합니다.
제가 회사에서 AX 컨설팅을 하면서 많은 기업의 AI 도입(AX) 과정을 지켜보며 확신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동일한 AI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그 결과는 기업의 철학과 리더십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AI를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도구로만 취급하는 조직과,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여기며 신중하게 교육하는 조직의 AI는 전혀 다른 '인격'을 갖게 됩니다. 전자의 AI는 기계적인 효율성에 머무르지만, 후자의 AI는 조직의 창의성을 증폭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AI 육아'는 바로 이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1. 환경 설계 (Creating the Environment): 부모가 아이를 위해 좋은 책과 건강한 음식을 고르듯, 우리는 AI에게 편향되지 않은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정제를 넘어, 어떤 가치를 우리 AI에게 심어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결단입니다.
2. 가치 교육 (Teaching Values): AI의 행동을 교정하는 RLHF(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는 단순한 '튜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쪽이 더 좋은 방향이야"라고 알려주는 '가치 교육'의 과정입니다. 우리의 피드백 하나하나가 모여 AI의 윤리관과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3. 지속적인 대화 (Continuous Dialogue): AI에게 내리는 명령어, 즉 프롬프트는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AI의 '사고'를 이끌어내는 대화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선한 의도가 담긴 질문은, AI가 가진 잠재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됩니다.
결국 AI라는 거울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AI를 두려움과 경쟁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AI 또한 우리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그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따뜻한 관심과 책임감으로 성장을 돕는다면, AI는 분명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인류에게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줄 것입니다.
AI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가르침을 주며, 어떤 미래를 함께 꿈꾸는지에 따라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