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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Mar 29. 2024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내 인생에 영화 같은 순간 #4

안녕하세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 #라이팅게일 권영희입니다.



오랜만에 #내영순 이 돌아왔습니다.



때는 한창 이혼 소송과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3년의 일입니다.



저는 그 송사에 피고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단 소송이 진행되면 원고가 제기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맞소송은 불가피합니다. 모든 소송이 힘들겠지만 이혼 소송은 특징상 제삼자에게 개인사를 맡겨 일일이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심적 고통도 심하고 수치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소송은 시간 싸움입니다. 처음 몇 개월은 서면이 오가고 실제 판사님을 보기까지 1년, 판결문을 받기까지는 약 1년 10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 동안 생지옥이나 다름없었죠.



세상에 어떤 누구도 실패하려고 일을 벌이는 사람이 없듯 저 또한 이 결혼이 실패할 줄 몰랐습니다. 결혼 당시 부모님과 큰 갈등을 겪었고 그렇기에 보란 듯이 잘 살고 싶었는데 결과는 이혼에 부모님께 아이를 보내야만 했고 죄 없는 아이에게는 한부모 가정을 만들어 버렸으니 망연 자실 한 상태였죠. 저는 한 동안 제 스스로를 불행의 씨앗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사소한 결정까지도 다른 이에게 의존했습니다. 또 실패할까 봐 겁이 났거든요.



다른 것을 떠나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한때는 사랑했고 죽을 때까지 변치 않을 아이 아빠와 이런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송이라는 상황은 벌어졌으니 꾸역꾸역 일은 해결하고 있지만 전의를 상실한 싸움이었죠.



여러모로 극심한 심적 고통에 빠져 있는 제게 당시 불교에 심취해 계시던 아버지께서 책을 하나 읽어보라고 하나 주셨는데 그 책이 바로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입니다.



대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기억이 있어 제목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책으로 저자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 물리학도 출신 세계적인 명상가 아잔브람이라는 분입니다. 책에는 스님께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스님 특유의 솔직함과 통찰, 유머가 버무려진 108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목에서 술 취한 코끼리는 다스려지지 않은 마음을 말합니다.



책에는 두려움을 이기는 법,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법, 분노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 등 교훈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었죠.



책을 반 이상 읽었을까요. 어느 한 이야기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고 제 마음은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몇 날 며칠 마음을 한가득 메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당시 저는 원치 않은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휘말린 싸움에 어떻게든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마음이 불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나에게만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그저 괴로움에 신세 한탄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이야기는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저는 그 길로 스님이 궁금해졌고 직접 만나서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자 아이의 아빠인 사람과 헤어지게 된 이 상황 자체도 마음이 아픈데 그 사람과 최선을 다해 싸워도 되는지 그게 옳은 일인지 속 시원이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스님은 호주에서 수도원과 명상 센터를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1년에 다섯 번 스님께서 직접 주관하시는 리트릿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가장 빠른 일정이 이듬해 1월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기에 겨울방학인 1월이라면 가능하겠다 싶었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책을 읽은 것은 10월 경으로 이듬해 1월 리트릿은 이미 신청 마감이 된 상태였습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넣고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제 사정을 호소해 보았지만 리트릿이 인기가 매우 높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원치 않은 싸움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 싸움을 해야 할 명쾌한 명분과 이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에 꼭 스님을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 Special Thanks to:



* Simon Han (한성희) 교수님과의 #커피챗에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덕에 이 이야기를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신 #기획학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



* 어제 쓴 글에 현기증 나는 이야기가 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Tyson Junho Moon 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 이야기를 오늘 꺼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라이팅게일 #내인생에_영화같은_순간 #Ajahn_Bra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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