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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Mar 30. 2024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중)

내 인생에 영화 같은 순간 #4 

안녕하세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 #라이팅게일 권영희입니다.



* 전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배경은 한창 이혼 소송과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3년의 일입니다. https://lnkd.in/e69rrpYr



당시 불교 방송에서는 주목받던 한 스님이 있었습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저자 아잔브람 스님께서 운영하시는 호주 수도원에 수행하고 오신 분으로 서울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안 그래도 책을 읽고 명상이 궁금해진 터라 명상기법도 배우고 스님께 호주 명상 센터 이야기도 들을 겸 선원에 갔습니다.



불교 의식의 오프닝과 함께 스님의 명상 가이드에 따라 어색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시작한 것이 저의 첫 명상 경험입니다. 처음으로 그렇게 명상이라는 것을 접했습니다. 여러 잡생각들 틈에서 '숨을 쉬는 나'와 '그것을 지켜보는 나'를 분리하라는 개념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호흡을 지켜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지켜보라는 것은 지금까지 '생각은 곧 나' 라고 믿어온 제게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죠. 또한 생각을 오고 가는 파도에 비유한 것은 당시 제가 겪고 있었던 부정적인 생각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그 생각에 잠식되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곧 나 자신이 아니란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죠.



명상 프로그램을 들을수록 호주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리고 스님께 적극적으로 다가가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는지 살폈습니다.



알고 보니 스님은 이듬해 아잔 브람 스님을 한국에 초청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계셨습니다. 여러 문서가 오가는 와중에 마침 영어 번역이 필요하셨고 도움을 드릴 수 있었지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님께 저의 호주 명상 프로그램 웨이팅 리스트에 관해 말씀드렸고 스님께서는 호주에 따로 연락을 취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2월이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바쁘신지 별도의 말씀이 없으셨고 저도 몇 차례 여쭤보았지만 그때마다 말씀을 흐리시더라구요. 호주 명상 센터와 수도원에도 수차례 연락을 해 보았지만 웨이팅리스트에 스팟이 나지 않았다는 자동 메세지만 돌아올 뿐 답답한 상황은 계속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리트릿 일정에 맞춰 무작정 항공권을 구매해 버렸습니다.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보고 싶었거든요. 가서 안되면 명상 센터 근처 호텔에서 왔다 갔다 하던지, 결국 최악의 경우가 호주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던 2013년 연말, 한국 스님으로부터 급하게 번역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간절하면 통했던 걸까요?



그 이메일에는 아잔 브람 스님의 개인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바뀐 1월 2일.



저는 고민 끝에 아잔 브람 스님께 직접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라이팅게일 #내인생에_영화같은_순간 #Ajahn_Brahm



*사진은 호주 명상 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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