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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Dec 23. 2024

부정적인 감정 연금술사

부정적인 감정 연금술사




수요일 아침 따뜻하게 맞이하셨나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볍게 글을 하나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사는 캐나다 동부 지역과 한국과의 시차는 14시간 차이가 납니다. 서머타임은 1년 중 240일 정도인데 그때는 13시간 차이가 나고, 나머지 4개월 정도는 14시간 차이가 나요. 지금은 그 4개월의 시간이고요. 사는 건 똑같은데 시간이 한 시간씩 멀어졌다 가까워집니다.


어젯밤엔 불면증이 심해 한 시간 정도 잤습니다. 어제 글에 요즘 과거의 아픔을 다시 마주하며 트라우마와 직면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잠깐 스포 하자면 제게는 과거의 아픔에서 비롯된 자랑스럽지 않은 생존 습관이 있는데 얼마 전 이걸 제 손으로 무너뜨렸어요.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 무너뜨렸습니다. 시간이 좀 흐른 뒤 좋아지면 이 이야기도 나눠볼게요.


생존 방식은 생존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게 항상 좋은 방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재미있는 건 생존 방식을 무너뜨리면 후련함을 느끼고 바로 새로운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허무한 거예요. 과거처럼 나를 비난하는 사람도,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없는데 그게 더 이상한 거 있죠. 이렇게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왜 나는 그동안 그렇게 살았나 싶기도 하고요.


괴상하지만 아무도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없으니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벌하려고 했습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 못 견디게 괴롭더라고요. 이게 스트레스가 되니 저도 모르게 건강하지 않은 방법으로 해소하게 되더군요.


그러다 오늘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과거의 습관을 무너뜨리니 이런 것들이 찾아오는 게 당연한 거라고요. 그럼 이걸 받아들여야겠구나. 아니, 이런 감정들을 손님으로 생각하고 나를 관통하게 하자고요. 어차피 감정이란 파도와 같아서 영원하지 않잖아요. 이 순간에 이런 감정들이 찾아옴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관통하게 하자.


어제까지만 해도 이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소화하고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이것도 없던 에너지가 새롭게 생긴 건데 이걸 재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연구하고 싶더군요.


그렇게 생각의 전환을 이루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들과 상관없이 오늘 하루를 살자란 생각으로 오랜만에 요리도 하고 기분 좋게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난데없이 트리거가 눌렸습니다. 패닉 어택이 찾아왔어요. 가슴이 갑자기 조여지고 슬픔이 1층, 2층, 3층 코끝까지 어느새 차올랐습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났어요. 한 시간 넘게 나라 잃은 백성처럼 머리를 풀어 헤치며 오열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괴로운 와중에도 나라 잃은 백성처럼 오열하게 만드는 이 강력한 에너지가 생겼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거예요. 오전에 이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관통하게 할 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에너지를 다시 재사용할까 궁리했잖아요.


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평온했다가 난데없이 트리거 버튼이 눌렸을 때 콰광. 패닉 어택이란 건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거든요. 트리거 버튼 하나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에너지가 생긴다는 게 한편으로 대단하다 싶더군요. 예전엔 이 모든 걸 소화해 내고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오늘은 다르게 대처하고 싶었어요. 나에게 찾아온 이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해 뭘 만들어 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솟구쳤습니다.


4시간 정도의 회복 기간을 거치고 어떻게든 일어나 아이를 챙기고 아이 비올라 레슨을 기다리며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 이제 달라지려고요.


부정적인 감정이 올 때 내 몸을 관통하게 할 뿐 아니라, 그걸 내 몸이 흡수해 소화해 내는 대신 이 에너지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겠다고요. 전 앞으로 이 에너지를 글 쓰는 데 사용하려고 해요.


새로운 저를 상상해 봤어요, 나에게 찾아온 부정적 에너지를 자유 자재로 다루는 연금술사가 되는 저를요.


부정적인 감정은 절대로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그가 찾아오는 데 이유가 있으니 나를 잘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둬보는 건 어떨까요? 그 에너지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건 더더욱 좋고요.


매일 드라마틱한 행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오늘 하루 여러분께서 갖고 계신 모든 것들을 즐겁게 누리시길 바랍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께서 만들어 낼 멋진 오늘 하루를 응원하며,

라이팅게일 드림



#라이팅게일 #오늘의생각

#부정적인감정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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