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 잔인한 아름다움에 관하여
설레는 하루 맞이하셨나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오늘 제가 있는 곳은 눈을 잔뜩 머금은 하늘색에 눈으로 덮인 지붕과 어우러져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는 날이었어요. 제가 사랑하는 캐나다의 겨울 풍경 중 하나인데요, 이런 날은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땅인지 구분이 안 되어 세상이 뒤집혀 있는지도 모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하늘이 바로 지붕 위에 걸려 있어 스노우볼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저는 오랜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하며 과거의 아픔이란 책 첫 장을 다시 펼치고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픔과 분노로 가득 차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이미 읽고 또 읽어 해져버린 헌 책을 훑듯 빠르게 넘겼습니다. 다만 컨디션 난조에 아픈 과거를 다시 훑다 보니 증상이 찾아왔고 어제와 오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경계 없는 시간을 보냈죠.
무심히 과거를 훑다 보니 이번엔 다른 것들이 보였습니다. 예전엔 자랑스럽지 못하거나 못난 과거를 마주할 때면 스스로를 질타하고 흉보기 바빴는데, 나도 살아남느라 고생이 참 많았구나, 애 많이 썼구나 하는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곧 그 연민은 다른 이에게도 확장되어갔는데요. 어쩌면 우리는 태어난 대로, 나의 성질대로 사는 거구나, 그렇게 살다 보니 우리는 이따금씩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만 그 배경엔 다른 의도는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 순간순간마다 나의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살아가는구나 싶어요.
내가 그 순간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듯 제 부모님도 마찬가지였겠구나 싶었어요. 그 순간 자신에게 충실하고 생존을 위한 거였기에 나에게 왜 상처를 줬는지 묻는 건 사자에게 왜 사자처럼 생겼냐고, 왜 사자로 태어났냐고 묻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더군요.
신화 학자 조지프 캠벨은 생명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생명이란 다른 생명들을 희생시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생명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근거한 것이다. 자신이 살 만한 가치를 지녔다면 그 가치를 기꺼이 취하라. 우리의 삶에 진정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삶을 경험하는 것, 고통과 기쁨 모두를 경험하는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린 주어진 기질과 성질대로 살아가겠죠. 그 안엔 그저 생존 이외에 다른 의도는 없고요.
생명의 잔인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생명은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이 선(善)을 의미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사람은 다른 이가 나에게 상처를 주건, 내가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건 상처를 받습니다. 그 상처에 스스로와 다른 이를 책망하고 벌주기보다는 그 상처를 안아주고 보듬어 생명을 계속 피워내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생명이 있는 한 살 만한 가치가 있다 믿습니다.
올 한 해 여러 상황 속에서도 각자 생명이란 꽃을 피워 내신 여러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늘 감사합니다.
사랑을 담아,
라이팅게일 드림
#라이팅게일
#오늘의생각한모금
P.S. 오늘 아침 창밖으로 본 풍경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