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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HWA Jan 30. 2023

왜 마음샌드를 줄서서 살까?


오후 4시 33분


제주공항에서 급하게 보낼 자료가 있어서 카페인을 수혈할 수 있으면서 콘센트가 있는 곳을 찾아 공항 내 파리바게트에 들어갔다. 바쁘게 원고를 수정하다가 목 스트레칭을 한다고 갑자기 고개를 들었더니 적어도 30명이 되는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아니 파리바게트에 갑자기..? 다시 생각을 찬찬히 해보니, 하루에 3번 나오는 마음샌드가 나오는 마지막 타임을 앞두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음샌드는 제주공항의 파리바게트에서만 살 수 있는 쿠키 선물 세트이다.



제주도가 연고지인 나도 당연히 궁금해서, 운좋게 한번 사보았다. 얼핏 성분구성을 보아도 너무 달고 찐득하여 내 기호가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뭐가 그렇게 특별하길래...' 하는 마음으로 시도해본 것이다.


인터넷에 마음샌드만 쳐도 “마음샌드 사는 방법”, “마음샌드 줄 없이 사는 방법”, “마음샌드 성공 후기” 등 그 비싼 몸값과 구하기 힘든 희소성의 위상이 짐작되는 포스팅이 많다. 반쯤 포기해서 운명에 맡겼던 나는 운좋게 살 수 있었고, 이게 그렇게 사기 어렵다는 글이 머리에 스치면서 남아있는 것은 거의 다 쓸어왔던 기억이 있다.


그럼 맛은 어땠나? 자타공인 빵순이인 나는 참으로 그 인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물론 정말 맛있다. 땅콩의 고소함과 카라멜의 적당히 찐득함, 그리고 비스킷의 버터리함이 합쳐진 커피나 우유랑 먹으면 무한으로 들어갈 맛은 맞다. 


내가 의문이 드는 건, 왜 아직도 여전히 인기가 있냐는 것이다. 원래 식당을 오픈해도 오픈발은 3개월이 최대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빵집도 아니고, 파리바게트의 마음샌드는 왜 이렇게까지 사나? 


1. 희소가치


마음샌드는 딱 제주공항에서만 살 수 있다. 파리바게트가 전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라고 하더라도 마음샌드는 오로지 제주공항에서, 그것도 살 수 있는 시간마저 정해져 한정수량으로만 판매된다. 10개가 들어있는 하나의 세트는 14,000원이고, 제주공항 혹은 그 근처에서 디저트를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가를 크게 넘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가격이라면 다홍치마기에 우리는 마음샌드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다시 제주를 오겠는가. 제주는 휴양지의 개념이 더욱 적합하고, 아무리 교통수단이 발달하여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육지와 섬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기 어렵다. 동네 빵집이라면 그냥 내일 사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만 살 수 있는 이 쿠키를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마음샌드가 비싸다면,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오픈 시간에 맞춰서 살까?


2. 베블런 효과


베블런효과는 상품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높은 가격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비쌀수록 더 잘팔리는 현상도 베블런 효과로 설명이 된다. 가끔은 가격이 공급과 수요의 곡선 안에서 형성되는 가격결정의 원리를 벗어나 심리적인 우월감과 만족감이 붙어 원칙에서 벗어난 기이한 가격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필요에 의한 구매가 과시욕을 만나 욕구에 의한 구매가 되며 '한정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시장에 나온다. 


만약 마음샌드가 더 높은 가격이라면 더 줄이 길어질 수도 있다. 마음샌드의 희소성과 높은 가격이 면세품점에 놓여있는 감귤초콜릿 한박스를 샀을 때와 비교할 때 선물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내 여행을 추억하는 여운은 더욱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치만 가끔 이러한 설명이 안통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나는 희소성과 과시욕보다 시간의 가치가 더욱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나는 상대적으로 시간의 환가비율이 높다. 그만큼 시간은 곧 금이다를 외치는, 시간이 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음샌드를 사기 위하여 들여야하는 나의 시간을 경제적가치로 환산하면... 과연 그정도 높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다리기 귀찮은 마음과 인기가 사그라들면 이 정도 줄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일한 마음도 없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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