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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HWA Jan 20. 2023

대나무_인생은 존버야..

좀버가 아니라 존버인 인생살이

높은 커피값과 비싼 디저트의 비용에는 모두 분위기값, 자리세가 포함된다. 분위기가 좋으면 비싼 커피도, 비싼 빵도 용서된다.그렇지만 소비자는 냉정해서 분위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고 냉정하게 돌아선다. 그렇기에 이제 카페나 음식점을 창업하시는 분들도 인테리어에 가치를 둘 수 밖에 없다.


인테리어의 여러 방법 중에서도 제일 가성비 좋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단연 식물이다. 그 자체의 웅장함이 있고 자연친화적으로 분위기를 변화하는 힘이 있어 조경 의뢰작업이 점점 늘어난다. 


아트선재, 청수당, 가배도


모두 대나무 하나로 멋진 경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대나무는 홀연히 하나의 나무로만 볼 때는 곧게 위로만 뻗어있어 매력이 없다고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 곧음이 여럿이 되어 빽빽함이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수형을 굳이 다듬거나 특별한 컬러감의 변화가 없어도 웅장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정적 속의 우아한 분위기를 순간 형성한다. 


대나무로 조경작업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생각으로 제일 먼저 시장을 방문하여 사입을 하기 위해 대나무를 마주쳤을 때 나의 황당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대나무가 너무 작거나 너무 커서 감당이 안되어 사입을 하기에 너무 애매한 상황이었다. 



대나무는 묘목을 심고 3년이 될 때까지 정말 더디게 자란다. 5년이 되도록 성장하지 않는 모죽이라는 품종도 있다. 대나무가 죽은 건 아닐까, 환경이 안맞는것은 아닐지 걱정을 할 정도로 더디고, 울창한 대나무 숲의 이미지와 대조되며 묘목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나무는 3년에서 4년으로 햇수가 넘어가는 즈음 ‘폭풍 성장’을 한다. 정말 눈에 보이다 못해 하룻밤 사이에도 성인 머리크기 정도는 가뿐히 자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대나무는 점점 쑥쑥 자라서 울창한 숲을 이룬다. 




아버지께서는 늘 성장은 늘 계단식이라고 말씀해주셨다. 한 계단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평지를 걷고 그 계단의 끝까지 가야 비로소 윗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지구력이 부족하고 참을성보다는 속도와 빠른 결과의 도출을 중요하게 생각했던지라 늘 더디고 앞이 보이지 않는 그 터널의 과정을 늘 힘들어한다. 대나무를 보면 참 겸허해진다. 대나무가 성장을 하지 않고 있는 3년에서 5년의 시간은, 사실상 성장의 결과를 수면위로 드러내기 위해 매일 내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방증이었다. 5년동안 대나무는 자라지 않았지만 그 지면 아래로 뿌리가 4km가 넘도록 자라고 있었다. 5년간 내실을 튼튼히 다졌기 때문에 성장의 시기에 기회를 잡아 미친듯이 그 성장을 가시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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