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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y 12. 2023

갓 볶은 원두 vs  숙성된 원두

 맛있는 원두를 찾았는가?!! _ 3편 


https://brunch.co.kr/@kyunghee2020/36

++맛있는 원두를 찾았는가!_1편



https://brunch.co.kr/@kyunghee2020/37

++맛있는 원두를 찾았는가?_2편








원두의 적당한? 맛에 만족하며 자주 원두를 바꾸던 2022년 가을. 나에게도 처음으로 코로나가 찾아왔다. 일주일 동안 자가격리 후 카페에 나와서 원두의 분쇄도를 맞춰보고 첫 커피를 시음했다.   

그런데.

      

"응?? 맛있다?!" 

  

그렇게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생각이 확장된 순간이었다. 

적당한 맛에 만족하며 있었던 그때, 코로나 격리로 일주일을 더 놓아두었던 원두는 정말 맛이 있었다. 


 




+갓 로스팅된 원두를 좋아하나요? 숙성된 원두도 맛있어요!!


그렇게 다시 알게 되었다. 본인의 취향에 맞다면 숙성된 원두의 맛이 좋을 수 있다. (기존에는 7일 이내의 숙성만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학습되어 '원두는 신선한 상태로 추출해야 맛이 좋다’는 생각이 뇌 안에 자리 잡고 있다면 텍스트를 본 순간 기분과 느낌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자. 그렇다면 일단 질문을 해보자. 여기 '갓 로스팅된 원두'와 '로스팅한 지 2주가 지난 원두'가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갓 로스팅된 원두 vs 로스팅 한지 2주가 지난 원두      


  

갓 로스팅된 원두

-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아주 맛이 좋을 것이다'라는 의미가 더해진 것 같다.  

     

로스팅 한지 2주가 지난 원두 

- 왠지 마음에 거리낌이 생긴다. 오래되어 향미도 날아갔을 것 같고 맛도 없을 것 같다. 

     

어찌 보면 나는 위의 고정관념을 이제껏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로스팅 후 빠르게 소진할 수 있는 분량만을 스케줄 압박을 느끼며 지금까지 구매하고 소진하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것은 취향의 문제다!!! 

다시 말해 두 종류의 원두는 '품질의 차이'가 아니고, 활어회 vs 숙성회 또는 겉절이 vs 묵은지와 같은 '맛의 차이'인 것이다. 이제 알게 되었으니 '로스팅한 지 2주가 지났다'라고 표현하기보다 '2주 정도 숙성된 원두'라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 원두의 호감도가 상승한다. 

   

덧붙인다면 로스팅 강도에 따라서 맛의 변화 기간은 짧거나 길어진다. 숙성의 최적기간이 있다. (나는 대부분 중배전 이하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로스팅 후 가스가 배출되는 디게싱이 시작되고 그때부터 원두는 에이징(숙성)이 되면서 맛있어진다. 그러니 로스팅 후 숙성의 시간을 좀 더 길게 두어도 ‘이제는 괜찮다’라는 생각으로 확장되었다.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카페를 시작한 지 6년이 지나서야 숙성된 원두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원두를 주문할 때 숙성시킬 기간을 염두에 둔다. 

    


 

2022년 12월 연말이 되고 영업의 마지막날이 되었다. 케냐커피가 맛없다고 했던 손님이 지인과 다시 찾아왔다. 손님은 따뜻한 케냐 아메리카노와(다행히 케냐원두의 순서였다) 따뜻한 바닐라라떼(과테말라)를 주문했다. 나는 에스프레소 추출과 우유스팀에 더 정성을 들여서 음료를 만들었다. 


따뜻한 바닐라라떼 손님의 첫마디는 “음.. 맛있다...”  이어진 케냐손님은  “음.. 케냐가 맛있다...” 손님은 지난번과 달리 케냐가 맛있다며 집에서 드립을 할 수 있는 원두를 구매했다. 그렇게 2022년 연말의 마지막 손님은 커피에 찬사를 보냈다. 이전에 방문했을 때 케냐 맛이 달라졌다던 손님이 ‘케냐가 맛있다’ 하니 기분이 더 좋은 연말이었다.  




+비틀거리다 방향성을 찾다.


선택했던 로스팅 업체의 나라별 싱글빈은 하나하나 다 구매하여 테스트해 보았다. 참 긴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원두를 사용하면서 손님들의 취향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재 쓰고 있는 원두는 케냐와 과테말라 싱글빈이다. (기본커피_ 과테말라 SHB 안티구아/ 프리미엄 커피_ 케냐 키암부 AA) 이전 로스팅 업체에서 구매했을 때도 거의 바뀌지 않았던 나라별 원두조합이다.(지역은 다르다.) 결국 취향은 크게 변하지 않고 좋았던 것도 변하지 않나 보다. 그리하여 올해 구매할 원두의 방향성을 다시 잡았다. 다양한 원두를 선보이는 것도 좋지만 맛있는 원두로 카페의 커피가 균일한 맛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기준을 세워 원두를 숙성하고 판매하니 균일한 맛이 가능했고 내가 원하는 맛이 있었다. 손님이 카페를 다시 찾는 것은 역시 맛이라고 생각한다. 이 카페를 다시 방문한다는 것은 그때 먹었던 커피의 맛을 원하는 것일 테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문제의 시발점이 '맛'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러저러한 의미부여를 하고, 합리화를 하며, 맛에 타협을 하다가 본질을 다시 깨달은 것이다. 맛은 중요했다.


그럼 나는 찾겠다던 맛있는 원두를 찾은 걸까? 


마침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내 취향으로!   






밤 9시 마감 직후 두 명의 손님이 문을 빼꼼 여시 더니 카페라떼 두 잔만 해줄 수 있겠냐고 하신다. 일주일 지방여행을 하고 지금 방금 동네에 도착했는데 7번길 커피가 너무~ 생각났다면서 말이다. 


“어이쿠 그러셨어요! 얼른 만들어드릴게요!!!”        






2023년 5월 11일. 코로나19 종식선언. 3년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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