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 살아있는 귀스타프 도로의 작업실
배를 굶어도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작품을, 쓰고자 하는 것을 써내는 정신의 핏방울이 과연 이 시대에도 존재할까? 지금 파리의 예술가들도 똑같이 굶고 있을까?
오늘 예상하지 못한 큰 선물을 받았다. 귀스타프 도로의 미술관이었다. 낭만주의 시립 박물관을 방문한 이후에 건축 구조물에 이끌려 간 곳인데, 미술관의 규모가 엄청나서 놀랐다.
귀스타프 도로는 역사, 종교, 신화에 박학다식한 화가였다. 결혼도 하지 않고 큰 저택에 박혀서 일생을 바쳐 높은 천장의 화실에 그림을 가득 채울 정도로 그림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림을 보는 순간 그의 광적인 에너지는 시대를 초월해 나의 마음을 뚫었다.
성경 뿐 아니라 오뒷세이아, 오이디푸스 왕 등 그리스 비극 토론을 준비할 때 보았던 작품을 실제로 그린 사람이었다. 너무 놀라웠다. 누군가의 후기에는 아름다운 집 구조와 계단을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각 그림의 제목과 설명이 보면 볼 수록 감탄만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은 ‘환상’이다. 세례 요한의 잘린 목이 빛나며 현실세계와 평행하게 이상이 존재하는 그림이다. 이 작품을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본 것 같은데 귀스타프 미술관에서 볼 때와 느낌이 사뭇 달랐다. 더 예민한 펜촉으로 테두리가 그려져 있었으며 그 그림속의 장면으로 빨려들어갔다. 이 외에도 그림 그 자체가 스스로 세계를 구축해서 초대하는 기분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전우치가 두루마리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태블릿을 들이대면 가상현실이 재생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