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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 힘든 당신에게

생각이 많은 당신일수록, 먼저 몸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

by 벤자민 Benjamin
뉴스레터 <주간 벤자민>​에 발행된 글입니다.


생각이 흘러넘칠 때

머릿속에 잡념이 넘쳐나 귓구멍으로 줄줄 흘러넘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잠결에도 고민은 나를 붙들었다. 아침에도 정신은 여전히 어두운 숲 속을 헤맸다. 육체는 눈을 떴는데 정신은 여전히 꿈과 현실의 경계 어디쯤 떠돌았다. 버스에 앉아서도, 회사에서도, 집에 있을 때도 내 머리는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그곳은 어떤 책의 한 문장이었고, 풀리지 않는 문제였으며, 끝내야 할 일의 목록이었다.

나름의 소득은 있었다. 생각은 빠르게 전개되었고, 그 결론으로 선택과 행동까지 이어졌다. 순간순간 깨달음이 번뜩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이다. 사유의 세계로 날아갈수록 현실을 딛고 있던 땅은 내 발 밑에서 멀어졌다.

생각은 본래 바람직한 행위다. 그러나 현실에 발을 딛고 있을 때만 비로소 유의미한 것 같다. 그렇지 않은 것은 바람에 날리는 연과 같아서, 그저 허공을 맴돌다가 이내 끊어진 실처럼 사라져 버린다.

깨달음의 짜릿함마저 순간의 유희일뿐이다. 내가 하는 생각은 유튜브 쇼츠처럼 빠르고 가볍게 소비되었다. 이번 주 내내 생각에 잠긴 채 일상생활을 했다. 한쪽 손에 휴대폰을 들고 하루 종일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는 사람과 다름없었다.


생각의 힘 보다 중요한 건 생각의 방향

나는 어린 시절부터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가만히 있어도 생각의 엔진은 끊임없이 돌아갔다. 자동차의 시동만 걸어도 앞으로 나가듯, 그냥 내버려 두면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곤 했다. 때로는 브레이크를 걸어야 했다.

생각이 넘쳐 미칠 것 같을 때, 나는 밖으로 뛰쳐나가곤 했다. 온 힘을 다해 달렸다. 죽을 듯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르면 그제야 생각이 멈췄다. 숨을 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근력운동도 마찬가지였다. 호흡, 근육의 움직임, 힘을 주는 방향, 바벨을 쥔 감각에 집중해야 했다. 철저히 나의 몸에만 집중해서 이 무게를 들어 올려야 했다.

이번 주에는 운동을 걸렀다. 심지어 잠도 줄였다.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책 읽기, 글쓰기 등 할 일들을 끝내기 위해 시간을 쥐어짜 냈다. 하루이틀은 빠른 속도로 성과를 냈지만, 이후로는 점점 흐트러졌다. 열정은 식지 않았지만 집중은 산산이 흩어졌다. 이내 곧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기 시작했다. 잘못된 방향의 생각은 나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생각의 힘이 남들보다 크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정신이 흐트러져있으면 생각의 흐름이 이상해진다. 철학적 사유에 빠져 허우적 대기도 하고 생각의 나락으로 빨려 들어가기도한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파고들다 보면 자기 파괴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올바른 방향대로 가야만 올바른 도착지에 도착한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덩치 크고 힘센 사람도 잘못된 자세로 데드리프트를 들면 허리를 다친다. 힘의 크기보다 그 힘을 쓰는 방향과 방식이 중요하다. 잘 잡힌 자세는 몸을 단련시키지만, 잘못된 자세는 몸을 상하게 한다.


잠밥몸: 삶의 3대 영양소

3대 영양소가 탄단지인 것처럼 나는 인생의 3대 영양소로 잠밥몸을 꼽고 싶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운동하는 삶. 그 기반 위에 있어야만 나는 원하는 삶을 잘 살 수 있다. 책을 읽고 사유하며 글을 쓸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통찰이라도 그것을 담을 수 있는 튼튼한 몸이 있을 때만 의미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자의 지혜조차 독으로 변한다. 나는 과도한 운동으로 몸을 다칠 위험 보다 과도한 사유로 마음을 다칠 위험이 더 큰 사람이다. 이제는 생각의 힘을 길렀던 만큼 체력도 증진시켜야 한다.

알고 싶은 지식과 받아들이고 싶은 지혜가 정말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려면 내 몸이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내 몸이 감당할 수 없는 지혜는 독이 된다. 강인한 몸에 강인한 정신이 깃든다고 한다. 현명한 지혜는 결국 튼튼한 몸 안에서 동작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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