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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 story Feb 21. 2022

지옥의 승무원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최종 면접에서 짜릿한 합격 통보를 받고 신입 승무원 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트레이닝 전까지 회사에서 내준 숙제도 하고 트레이닝에 관한 서류에 적힌 필요한 준비물을 찬찬히 하나씩 준비했다. 트레이닝을 기다리면서 먼저 졸업한 선배 승무원의 후기를 인터넷에서 찾아 읽으면서 동기 부여를 하고 나에게 허락된 마지막 휴식을 마음껏 즐겼다.


대망의 트레이닝 당일

나는 달라스에 오후에 도착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큰 트렁크에는 6주 반 동안 입을 옷가지와 신발, 필기도구, 세면도구 등이 들어있었다. 4시간 가까운 비행을 마친 끝에 도착한 달라스 공항에서 짐을 찾았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것은 덥고 습한 텍사스 공기였다. 서둘러 트레이닝이 진행되는 건물로 가는 셔틀버스에 올라 타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룸메이트가 제발 좋은 사람이어야 할 텐데'

승무원에 합격했다고 모두가 승무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주 반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시험을 보고 실습을 해서 통과해야 하고 합숙 기간 동안 동기들과도 원만하게 지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품행을 단정히 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룸메이트와는 교육 시작부터 끝까지 한 방에서 같이 지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방으로 도착해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었다. 내 룸메이트인 동기는 이미 도착해 짐을 풀어놓았지만 방 안에는 없었다. 내가 방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방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두근두근

나와 앞으로 6주 반을 함께 지내게 될 룸메이트와의 첫 만남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 룸메이트가 까맣고 큰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홍콩에서 태어나 어릴 때 이민 온 A. 우리는 서로 조심스럽고 설레는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함께 지내면서 서로가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얘기했다. 예를 들어 A는 잠귀가 밝고 약간이라도 불빛이 있어야 안심하고 잠을 자는 타입이라 깜깜해야 푹 잘 수 있는 나와는 달라 잘 때 화장실 불을 켜고 화장실 문을 살짝 열어두기로 했고

나는 위생을 고려해 항상 변기 사용 후 물을 내리기 전 변기 커버를 닫을 것을 부탁했다.

이렇게 서로 주의할 점이나 맞춰가야 할 부분을 상의하며 첫날을 보냈다.

처음 만난 동기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며 간단하게 인사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음날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앞으로 나와 동기들을 가르쳐주실 현직 승무원이자 선생님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교육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고객 서비스보다는 안전에 관련된 교육을 더 비중 있게 공부하게 될 것이라는 거였다. 그만큼 승무원의 임무는 무엇보다도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승무원 교육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었다. 기종과 안전 수칙, 보안, 응급 처치 등을 공부했는데 교육은 아침부터 늦게 끝나는 날은 밤 9시가 다 돼서 끝나는 날도 있었다. 6주 반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은 기간 같아 보여도 그 안에 안전 교육뿐만 아니라 서비스 교육, 기종 공부 등을 다 하려면 공부량이 어마어마했다.

매일매일이 대학교 기말고사 기간 같은 느낌이었다.

졸업 후 우스갯소리로 대학교 때 이만큼 열심히 공부했으면 장학금을 받았을 거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잠이 많고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모르던 내가 알람을 맞춰 놓고도 하루 3-4시간만 자면 벌떡 깨 짐을 챙겨 아침 자습을 할 정도였다.


지금도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승무원 트레이닝 때를 꼽을 것이다.


신이 나에게 승무원 트레이닝 때 최선을 다했느냐고 묻는다면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최선을 다했고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며 또 불안하기도 했다. 트레이닝에서 시험을 망쳐서 집으로 보내진 다면 나는 오갈 데가 없는 신세였기 때문에 간절한 마음으로 1분 1초,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하는 내 모습을 보고 동기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뒤돌아보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많이 힘들었긴 했어도 열정만은 살아있던 6주 반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동기들과 졸업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http://www.youtube.com/bbairlines

http://www.instagram.com/flybb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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