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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 story Mar 19. 2021

승무원 최종 면접, 그리고 결과

1차 현장 면접인 그룹 면접이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현직 승무원이 회사에 대한 소개를 하고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긴장됐기 때문에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청진기로 들릴 법한 내 심장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드디어 면접관들이 면접 결과를 들고 지원자들이 있던 방으로 들어왔다.

승무원 면접을 가기 전 후기를 읽었는데 면접관이 결과는 수일 내로 통보해준다는 안내와 함께 공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는 건물 입구로 데려다주면 1차 현장 면접에서 불합격한 것이고

합격한 사람들은 다음 면접이 진행되는 또 다른 방으로 안내한다고 했다.

면접관이 한 사람씩 차례대로 지원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지원자들 중 반 이상이 이름이 불려서 방을 떠났는데 내 이름은 빨리 불리지 않아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더 떨렸다.

'나는 어떻게 됐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내 이름을 부른 면접관은 지원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방을 떠나기 전까지 자신을 따라오라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면접관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내디딜수록 1차 면접 결과 발표가 다가오고 있었다.

심장이 계속 요동쳤다.

면접관이 다음 면접이 진행되는 방으로 나를 안내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건물 입구까지 나를 안내할 것인가.

지원자가 대기하던 방을 나서고 몇 걸음을 걷고 나서야 드디어 면접관이 입을 뗐다.

"자, 지금부터 필요한 서류 작성과 몇 가지 테스트를 진행할 거예요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아 다행이다. 면접을 통과했구나 내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면접관을 따라 다음 라운드로 향했다.

다음 라운드가 진행되는 방으로 들어서자 이미 이름이 불린 지원자들이 있었고 다음 라운드에서 해야 할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간단하게는 모형 비행기에서 오버헤드 빈 안의 응급 장비에 손에 닿는지, 점프싯 (승무원 좌석)에 앉아 벨트를 매고 풀 수 있는지 등을 확인했고 서류 작성과 약물 검사 등도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최종 면접인 일대일 면접이 시작됐다.

큰 방 안에 면접관과 나 단 둘만 벽 쪽에 놓인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다. 큰 방 안에 두 사람만 있으니 방 안이 싸늘하고 휑하게 느껴졌다. 면접관은 내 이력서를 보면서 이력서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질문했고 입사하면 정해진 베이스로 옮겨 근무할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면접관이 내 이력서를 보면서 질문을 생각하는 잠깐의 정적에도 나는 무척이나 떨렸다.

이 일대일 면접을 통과하면 승무원이 된다는 기쁨과 설렘이 있는 한편 혹시나 1차 면접 이후 일대일 면접을 마칠 때까지 뭔가 잘못돼 합격의 문 앞에서 아쉽게 좌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일대일 면접만 무사히 마치면 된다.

면접관이 서류 한 장을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이 서류는 기내 방송문입니다. 큰 소리로 읽어 주세요."

긴장되는 마음으로 서류에 적힌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내가 어떤 내용을 읽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됐다. 읽는 동안 하도 버벅거려서 속으로 '아.... 큰일 났다. 이렇게 많이 틀려서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두 세줄 정도 읽었을까. 갑자기 면접관이 읽기를 멈추게 했다. '많이 틀렸는데 어떡하지?'

면접관이 말했다.


"사실 이 서류는 조건부 합격이라는 내용이에요. 서류를 읽고 밑에 사인하세요."

내가 읽어 내려간 서류가 합격을 알리는 내용이었다니. 

합격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던 것이다.

너무 놀란 나머지 면접관을 한동안 바라보는데 내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곳에 이력서를 내고 합격 통보를 받아봤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바로 나를 놀라게 하며 달콤하게 합격 통보를 해주는 회사는 없었다. 그래서 놀라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 마음이 합격의 기쁨과 함께 어우러져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일자리를 찾느라 기약 없이 100 통이 넘는 이력서를 내고 어디든 합격해 일하기를 바라며 지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이력서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그동안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곳을 전전하며 일하기를 끝내고 드디어 나에게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쁘기 시작했다. 최근에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엄마의 반대가 있었고 취업 준비 기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 불안한 마음을 면접과 함께 졸업했다.


면접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4시 10분이 넘은 시각이었다.

집 까지는 비행기로 네 시간 넘게 걸린다. 제일 먼저 엄마한테 이 기쁜 소식을 직접 전해주고 싶어 전화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기내에 올라 비행기가 하늘 위에 떠 있는 동안에도 한동안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이제 곧 있으면 나도 이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게 되는 거야.'

설레는 마음을 앉고 집에 도착하니 이미 밖이 깜깜했다.

가족들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긴 하루가 나의 험난했던 취업 준비 기간과 함께 그렇게 끝났다.


BB의 유튜브: http://www.youtube.com/bbairlines

BB의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flybb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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