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에 마지막 남은 면접을 보러 가는 날.
비행기에 오른 이후에 한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달라스까지 4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 때문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기내에서도 나름대로 준비한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달라스에 도착해 면접이 시작까지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기내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사 먹고 다시 혼자서 열심히 면접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 승무원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오늘 승무원 면접 보러 가세요?"
"네"
"오늘 면접 잘 보셔서 합격하실 거예요. 행운을 빌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가 오늘 날개 없는 천사를 만났구나.'였다.
보통은 면접을 보러 간다는 걸 알더라도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그냥 지나칠 텐데 내가 면접 보러 가는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친절하게 행운을 빌어주실까.
태어나 처음으로 면접 보러 가는 길에 처음 보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며 행운을 빌어줬다.
그리고 두 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오늘 면접 보러 간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였다.
신기했다. 내가 보고 있었던 면접 예상 질문지를 보고 알아차렸던 걸까?
지금까지도 그 승무원은 내가 면접 보러 간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처음 본 나에게 먼저 다가와 면접 합격을 기원해줘서 고맙다.
그전까지는 비행시간이 지루했지만 날개 없는 천사 승무원의 응원을 받은 후에는 괜히 자신감이 샘솟았다.
아무래도 공항에서 밤을 새웠기 때문에 달라스에 도착할 때까지 조금이라도 잠을 자 둬야 했다.
잠이 잘 오지는 않았지만 1시간 남짓 쪽잠을 자고 일어났다.
드디어 달라스에 도착
공항 도착 시간이 거의 12시가 다돼갈 시각이었는데 면접 시작은 12시 반으로 기억한다.
공항을 빠져나와 면접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혹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쩌나 초조한 마음도 들었다.
다행히 10분-15분 정도 여유 있게 도착했고 면접관의 안내로 면접장에 도착해 착석했다.
나는 그날 내가 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지원자들이 모두 모이자 본격적으로 면접이 시작됐다.
지원자들을 몇 그룹으로 나눠 긴장감을 녹여주고 팀원들을 알아갈 간단한 게임을 했다.
간단한 게임이기는 했지만 나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게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그룹별로 면접에 들어갔다.
나 포함 5명이 면접에 들어갔다.
처음에 공통 질문인 왜 승무원이 되고 싶은지에 마음의 준비가 되면 지원자들의 순서는 상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답변했다.
그 이후에도 지원자들에게 몇 가지 공통 질문이 이어졌다.
공통 질문이 끝나고 개인 질문이 이어졌는데 질문이 적힌 종이를 뽑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를 뒤집어 질문을 읽고 바로 대답해야 했다.
지원자들 마다 각각 다른 질문이 적힌 종이를 뽑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가 대답하는 동안 무슨 대답을 할지 생각할 수 없었다.
순발력이 필요한 질문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종이를 뒤집고 질문을 읽어 내려가는데
'아.....'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내가 준비한 예상 질문에는 없었던 질문을 뽑은 것이다. 순간적으로 포기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세상에 기적은 있는 걸까? 질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어두컴컴했던 방안에 형광등이 '탁' 켜지는 것처럼 답변 내용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라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원래 긴장하면 말을 많이 더듬는데 다행히 말을 더듬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해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기적도 사실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나 싶다.
그동안 승무원 면접뿐만 아니라 공무원 면접까지 준비하는 동안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면접에 대한 노하우가 쌓아가고 있었다.
거듭되는 연습 덕분에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바로 답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렇게 1차 면접을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현직 승무원이 직접 승무원 직무와 베이스, 월급 등 지원자들이 궁금해할 부분을 프레젠테이션으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중요한 부분이기에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게 맞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 초조하고 떨리는 마음에 설명을 집중해서 듣지 못했다.
달라스에서 본 면접 날 1차 면접 결과를 기다리던 그때가 가장 두렵고 시간이 천천히 가던 순간이었다.
직업에 관한 설명이 끝나고 지원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지원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계속 내 심장이 요동쳤지만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면접관들의 심사가 끝나고 1차 면접 결과가 나왔다.
내 심장은 더 크게, 더 빨리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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