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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간 김개똥 Jan 30. 2023

[프롤로그] 2023년, 1억 한 번 모아보겠습니다

나는야 개똥벌레 돈까지 많이쓰네

"고객님의 12월 예금은 0원입니다."


2022년 12월 31일. 카카오뱅크가 나에게 똥을 던졌다. 뭐야, 나 이제 드디어 마이너스 인생 시작인 거임? 헛웃음이 나왔다. 나 어쩌다 이렇게 됐나.


겨우 예금 없는 것 가지고 되게 아픈 척하네 재수없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잘것 없는 개똥벌레인 나는 '돈 잘 벌고 잘 모으는 게'  나의 identity라고 믿어왔던 사람이었다. 나는 MZ세대긴 하지만 돈도 잘 모으고, 미래를 위해 아끼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와 진짜 멋진 나. ITZY의 노래처럼 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애들과는 달라 달라 달라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내가 지키고자 했던 나의 정체성이었던 것이다.


재수 없는 말이지만 나는 돈을 잘 벌고, 잘 모으는 편이다.

(내가 이 블로그에 내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솔직하게 전부 말하기 위해서니,

 어딘가 재수없어 보여도 봐 주길 바란다) 


일단 프리랜서라는 직업적 특수성이 첫번째. 일 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두번째는 술 담배를 안 하고 친구도 없으며 나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극강의 INTJ

세번째는 돈이 되지 않는 것들에 돈을 쓰는 걸 싫어한다는 특성때문이었다. 즉, 소비가 회수가 되지 않는 일에는 굉장히 방어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무엇보다 택시를 잘 안타고 배달을 잘 안시켜먹었다. 그거 만으로도 꽤 '요즘애들' 스러운 소비는 안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인터넷 속 허영 가득한 MZ세대와 다르다고. 그렇게 자위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그냥 허영뿐인 자존심이었다. 

2022년 4분기 평균 월 지출액은 약 300만원. 

아니 이게 말이 되나? 대체 어디다 돈을 쓴 거지? 잘못 본지 알고 명세서를 뒤져봤다



아니 먹고 싶은게 있으면 못참나? 왜 새벽에 이렇게 쿠팡프레쉬를 많이 시킨거지? 스타벅스에는 한 달에 20만원을 썼다. 출퇴근 할 곳이 없어서 거기서 일 한다는 명목으로.

그리고 얼굴에 돈을 엄청 때려넣었다. 호박에 줄긋기 작업. 여전히 수박 근처에도 못가고 어떻게 회수되는 지도 모르면서 피부와 노화에 좋다면 일단 ㄱㄱ. 이 습관이 문제였던 것이다.


요컨데 이런 느낌이다. 커피 만원, 섀도우 이만원, 립스틱 오천원이 합이 팔억 칠천 삼백만원. 카드값 명세서를 보니 '나 어떻게 살고 있는거지' 진한 회의감이 든다. 나는 분명 생존을 위해 돈을 쓴 것 뿐이야 했는데.




나는 이제, 나를 지키기로 했다. 내가 그렇게 지키고 싶던 identity가 있다면 스스로 발 벗고 나서 지키기로. 단 단순히 '소비줄이기'를 외치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되고싶은 나는 단순히 '안 쓰는' 내가 아니다. '열심히 벌고', '열심히 모으고', '열심히 공부하며', '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 나다.


목표는 간단하다. 2023년에 1억 모으기.


말도 안되는 금액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이 벌자'는 목표는 소비는 물론이고 내 인생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는 그냥 '아껴서 제자리걸음하며 지켜나가야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든 공격적으로 나를 키워나가야하는 MZ세대기 때문에. 나의 현상태를 분석하고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돈이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적당히 덜 쓰고, 열심히 번다면 불가능한 금액은 아니니까.


게다가 나는 프리랜서라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건 수입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도 더 많다는 뜻이다. 남는게 시간이니 티끌도 모아보고 태산도 모아보는 거지. 


2023년 2월 1일. 나의 '1억 모으기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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