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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정 Nov 18. 2021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내 아름다운 젊은 날



어린 시절 우리 집 장롱에는 약봉다리가 가득했다. 

엄청 큰 봉지에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받는 3일 치 약 같은 게 정말 일 년 치만큼 되겠지 싶게 그득하게 있었다.

약봉지의 주인인 어머니와 경제적 능력에서 너무 자유로웠던 아버지 덕에 난 나름 자립심을 가득 안고 성장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첫 학기 등록금만 내주면 내가 알아서 졸업하겠다며 큰소리 땅땅 치고 호기롭게 대학에 갔다.


그리고 대학생활 시기에 엄마는 지병인 간경화가 심해져 병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온갖 알바를 다했다. 한 번에 8개의 직업(?)을 갖으며 돈을 벌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벌어보았다. 3일 동안 2시간만 누워 잘 수 있는 시간을 가질 만큼 잠과 시간을 바꿔가며 대학 학비도 냈고 엄마 병원비도 보탰고 생활비도 댔다. 


평일엔 중학교 교무실에서 교무보조로 일했고 저녁엔 야간수업을 받고 끝나면 친구네 아버지 술집에서 새벽 3시까지 서빙도 했다. 온라인 꽃 사이트를 만들어서 꽃 장사도하고 대학이 방학에 들어가면 찜질방에서 평일 날 새기로 카운터를 보고 주말엔 나름 센 시급을 받으며 직영 편의점에서 야간 타임 알바도 했었다. 밤엔 대리운전 콜센터에서 새벽 4시까지 전화도 받았다. 사장님 배려로 은정이네 대리운전 회사도 만들어 추가로 돈도 벌었고 콜센터 사장님들 콜비 정산을 도우면서 별도로 수고비도 챙겼다. 일 사이사이에 서너 시간도 아까워 블록방에서 알바도 하고 재택으로 할 수 있는 부업거리도 2~3개씩 해가며 정말 바쁘게~ 바쁘게~ 살았다.


졸기 일쑤였지만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고 나름 연애도 오랫동안 했다. 그럼에도 수능 끝나고부터 꾸준히 영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23일간 국토대장정도 다녀왔다. 코이카로 해외봉사를 가고 싶어 알아보다가 아프리카에 한 달 동안 기아봉사단 훈련도 다녀왔다. 다 그렇게 바쁘게 살던 중에 해내던 일이다. 


다시 시간을 되돌아간다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싶다가도 시간을 딱 20살 때로 되돌린다면 좀 더 똑똑하게 돈을 벌었을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몸을 혹사시켜가며 닥치는 대로 일한 거 같아 아쉬운 마음..ㅠ


그래도 저때의 시간은 내 인생의 훈장처럼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기도 용기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수많은 직업에 세계를 거치다 나름 내 전공을 살려 대기업에 입사했다. 

20대 혈기에 누릴 것을 대부분 포기하고, 더 많은 것들을 잃고, 또 남들보다 몇 배로 얻어가며 그렇게 20대를 보내다 연애 7년 차에 첫째를 임신해 결혼이란 걸 한다.

엄마가 되는 것은 정말 벅차고 행복한 일이었지만 나의 열정 가득한 성장은 그로부터 10년을 멈춰있었다.


아니다.

그간의 고생은 고생도 아니게 그 후의 난 더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6년 동안 애 다섯을 낳았으니..

별걸 다 치열하게 했다. 

아무튼 지금 나의 사랑하는 첫째는 11살! 

뽀뽀하면 좀 징그러운? 사내 새끼가 되어있다.

긴긴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귀해 일을 시작하면서 10년 동안 붙들고 있던 애들 동화책을 내려놓고 인문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생 2막

성공하고 싶다기보다는 특별하게 치열한 삶을 선택해 살아가던 내 과거를 회상하며 새로운 내 인생 2막을 향한 도전 욕구가 피어오르기에 책을 다시 들었다.

각종 시 대회에서 수상했던 화려한 이력이 무색하게 10년을 갈고닦은 유창한 유아어로 이제는 남편과의 사소한 말싸움 하나 이기지 못하는 언어 열등생이 되어있지만 다시 나의 삶을 이곳에 끄집어 내보고 싶다.


새로이 피어나 만개할 나의 인생 2막을 위해서..

다시 꽃이 되어 필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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