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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정 Jan 18. 2022

백신 미접종자로 사는 삶

요즘 흔히 말하는 아싸, 인싸에서 내가 코로나19 때문에 거기다가 백신 패스로 아싸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평소 나는 국가 필수접종 외에는 백신을 맞지 않는 편이다. 원래 감기에 잘 걸리지도 않고 한창 감기가 유행할 때는 더 걸리지 않다가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를 수년에 한번 걸릴까 말까 하는데 무료접종이라고 해서 맞을 필요가 없었다.

독감 예방 접종 시작 메시지를 받기 무섭게 예약을 하는 우리 신랑 같은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사람인 것이다. 하여 수년간 애들 독감백신을 맞추는 문제로 입씨름을 하곤 하는데 나라에서 돈까지 부담해가며 무료로 백신을 배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맞아야 한다는 남편의 입장과 평소 감기에는 약도 잘 안 먹이는데 걸린 적도 없는 독감에 백신까지 맞춰야 하냐며 팽팽한 대립 전을 펼치던 우리 부부는 내가 넷째를 낳았을 때 첫째부터 셋째까지 한꺼번에 딱! 한번 독감에 걸렸던 일을 계기로 아빠 손 붙잡고 접종을 하러 가게 되면서 입씨름의 종지부를 찍었다.  


내가 감기에 잘 걸리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었으면 사시사철 보약 해 먹듯이 챙겨 맞았을지 모르지만 어찌 됐든 성인이 되고서는 나는 독감 접종을 한 기억이 없다. 그리고 그때 다행히도 독감은 아니었지만 넷째 출산 후에 독감처럼 아픈 감기에 딱 한번 걸린 기억이 있을 뿐이다.


이러면서도 어릴 적부터 아프셨던 엄마 때문에 병 키우는 걸 싫어하는 나는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을 찾는다. 내 몸의 변화에 지극히 민감한 편!

아이들이 아플 때에도 병원에 가서 진찰은 받으나 약은 받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열이 나는지 왜 아프다고 하는지 의사의 진료로 진단받은 내용을 확인하면 열을 내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기침에 좋은 음식을 만들고 장염이라도 걸리면 속을 달래는 일을 해가며 푹 쉬게 한다.

어쩌다 보니 각기 다른 다섯을 키우며 반은 야매 의사가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특성이 달라도 가벼운 질병은 대부분 이렇게 대처가 된다. 병원을 신뢰하고 약을 항상 먹이는 부모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주변에 조금만 아파도 금방 약을 먹이는 아이나 내 아이나 호전되는 기간은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고서는 나도 많은 걱정이 들었다. 발생원인도 불명확한 이 바이러스가 어마 무시한 속도로 전염되며 사상 최대의 세계적 국가위기를 가져오면서 치료제도 없고 걸리면 사망할 확률도 높다는데 나라고 별수 있겠나.


하지만 백신은 맞을 수 없었다.

백신이 나온 후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접하지도 않았고 감염자가 속출하는 단체 생활에 참여할 일이 없는 집과 회사밖에 모르는 나는 특별히 맞아야 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식당가는 일도 현저히 줄었고 마스크도 KF94로 몇백 개씩 쌓아두며 개인위생관리도 열심히 하는데 임상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백신을 강요받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수영을 하는 생활체육인이다. 이제 6살 된 아들까지 다 수영을 할 줄 알게 되었는데 우리 가족은 다 함께 수영장에 갈 수가 없다. 생일에 소고기가 먹고 싶다는 아들을 데리고 평소 좋아하던 한우식당도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아웃백을 가자고 했었는데 같이 갈 수가 없었다.

거리두기 제한에도 등본상 한 가족은 인원 제한에서 제외돼서 간간히 식당에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백신 패스'라는 관문에 걸려 혼자서도 밖에서는 밥조차 먹을 수가 없게 됐다. 회사 근처에 밥을 먹던 식당에서는 얼마 전부터 백신 미접종자는 아예 받지를 않는다. 그래서 점심은 도시락을 싸 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난 임신도 하게 됐는데 임산부는 예외 대상자도 아니라 혹시나 도시락이라도 놓고 오게 되면 사무실에서 컵라면을 먹는 날도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큰아들이 몇 주째 노래 부르던 타코를 준비했는데 부족한 재료가 있었다. 마트가 백신 패스를 시작해서 직접 갈 수가 없어 배달 주문을 하려 했더니 배달 주문건수가 다 차서 픽업 주문만 가능했다. 하지만 입장 자체가 불가해서 픽업으로 주문한 물건조차 찾을 수 없어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민원 넣고 직원을 통해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전해받을 수 있었다. 


백신 미접종자로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니 이제라도 맞아야 될까 고민이 되지만 맞더라도 아이를 출산 후에 맞고 싶다고 말했다. 3차 백신까지 맞은 남편은 여섯째까지 낳고도 입원이며 조리원이며 들어가지도 못할까 봐 걱정돼서 매일 같이 백신을 권유한다. 하지만 지금 백신을 맞더라도 나는 어차피 이 모든 기관에 출입할 수가 없다. 3개월 단위로 맞는다 해도 9개월이 걸리고 난 5개월 후면 출산이다.


백신 패스에 통과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백신 미접종자로 살다 보니 코로나에 걸려도 백신을 맞아도 부작용에 대한 감수를 본인이 하는 만큼 백신은 강제성이 아닌 개인의 자율에 맡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생긴다.

접종률 90% 넘나드는 이 시국에 부디 나처럼 개인적인 사유가 아니더라도 맞을 수 없는, 맞기를 주저하는 이들이 자유성을 침해받지 않았으면 한다. 어차피 자유란 결정에 따르는 책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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