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태어났으면 나라를 구할 장군 팔자라는 나는 여자로 태어나 그런지 인구절벽으로 나라가 망할까 이렇게 출산율 소수점 올리기에 기여하고 있나 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이라는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예전 우리 어린 시절 옆집 숟가락 개수도 알던 시대와는 다르게 이웃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게 허다한 이런 시대에도 나는 아이를 키우며 정말 감사한 분들을 많이 만났다.
10월 하늘이 맑은 어느 멋진 날
나에게 여섯째가 찾아왔다.
아들 셋, 딸 둘 낳고 보니 딸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과분한 욕심은 늘 들었지만 앞선 아이들과 다르게 여섯째의 임신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바로 계약직이라는 내 자리 때문이다.
행복함보다 감사함보다 막막한 마음이 앞섰다.
부족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육 남매의 엄마, 아빠가 되기로 했다.
아들들 끝자를 따서 '온' 딸들 끝자를 따서 '리'
성별을 모르는 10주 차 아기의 태명은 다섯 아이들이 투표해서 '온리'로 지어졌다.
여섯째에게 이 맑은 가을 하늘을 보여주기로 결정한 이후,
노산에 다산이라 염려되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이 축복된 순간을 당당하게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순간 병원 원장님은 다섯째와 마찬가지로 병원비를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넷째 때 병원비 50% 할인해주시면서 다섯째 낳으러 오면 내가 공짜로 해줄게 하셨던 원장님은 염치없는 다산의 여왕을 만나 여섯째 병원비까지 무료로 해주시고 계신다.
감사하다는 말보다 죄송하다는 말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감사함보다 더 크게 죄송했다. 하지만 원장님은 나를 존경한다며 이번 출산도 격하게 응원해주셨다. 무엇보다 내 건강을 최우선으로 걱정해주시면서 말이다.
여기저기서 응원과 격려의 말과 함께 맛있는 음식들로 축하해주시는 지인들도 늘었다. 연세가 지긋한 얼굴도 모르는 지인의 가족분은 봉투에 10만원을 넣어 주시기도 했다. 여섯째 임신 소식을 알리는 글을 '브런치'라는 사이트에 공모하고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보내주는 축하에 힘이 번쩍 나는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도 있다.
3명을 낳은 후부 터인가?
임신 소식과 함께 "너 어쩌려고 그래?"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여섯째는 도대체 나에게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옳다고 인정해주듯 네이버 검색에 아이를 많이 낳는 사람이라고 검색을 하면 능력 없는 사람들이 애를 더 많이 낳는다, 기초생활 수급자는 다 애들 많이 낳아 방치해서 키운다 등등 불쾌한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다섯째를 낳고 찐 살을 좀 빼려고 수영을 다닐 때에는 모르는 사람이 대뜸 내가 애가 다섯이라는 걸 누구에게 들었는지 아는 체를 한다. 주변에 애 많은 집 보면 엄마들 얼굴이 다 찌들어 있는데 나 보고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런 말들이 칭찬이 아니라 실례인지 사람들은 정말 모르고 하는 걸까?
광양시에는 출산장려를 위한 좋은 정책들이 많이 있지만 이것 때문에 다둥이 가정이 많은 것은 아닐 것이다. 여섯째를 갖고 보니 애 많은 집이 애를 더 낳을 수 있는 것은 살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기쁨보다 더 큰 건 없다는 걸 알아서 일 것이다. 세상에 없던 존재를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자람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얻는 기쁨은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어려움의 크기를 작아지게 만든다.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 함께 쌓아가는 추억은 딱! 우리 가정만이 느끼고 알 수 있다.
내가 다자녀 가정의 입장 모두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자녀가 하나이든 둘이든 여섯이든 그저 있는 그대로, 그들의 삶을 응원해주었으면 한다.
아이들이 자라듯 우리 가정은 오늘도 이만큼 성장한다.
광양시민신문 기고문
브런치 첫 글의 내용을 복사한 부분이 있어 올릴까 말까 고민이 됐었는데 뒷부분의 이야기를 조금 전하고자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