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 늦게 동이 트던 이른 새벽마다 이 책을 꺼내어 읽었다. '아이가 책 읽는 사람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독서가 1년의 시간을 맞이할 때쯤이었다. 소위 벽돌책이라 불리며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의 입에 늘 오르내리는,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읽어보라는 책,'총, 균, 쇠'를만났다.
총, 균, 쇠
'총 균 쇠'는 벽돌책이다. 긴 시간의 역사를 가진 '인류, 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벽돌 같은 두께로 묶여있다. 그간 읽은 책들이 달리기에 비한다면 10K, 하프정도의 거리의 책들이라면 '총, 균, 쇠'는 마라톤 풀코스 느낌의 책인 것이다. 달리기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풀코스를 뛰는 심정으로 어떻게 서든 꼭 완주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다부진 마음으로 누구의 간섭도 없을 새벽시간을 내었고 하루 일정량을 지정해 완독 할 계획을 세웠다. 완독(완주) 할 수 있을까? 우려 아래 시작했지만 넘어가는 페이지가 쌓일수록 인류 진화의 거대한 시간을 '환경'이란 한 줄기의 논지로 명쾌히 풀어가는 저자에게 매우 설득되고 흥미가 넘쳤다. "당신네 백인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원주민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걸까?" 친구 얄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한 저자는 생애를 거친 과학적 추론과정을 통해 결론에 이른다.
'인류 문명 발달의 차이는 인종별 선천적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지리, 기후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어디서 시작되었고 주장되었는지 모르나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앉은 '인종 우월주의'에 대해'아니라고'통렬하게과학적으로 설명해 준다.
쉽게 지날 칠 수 있는 질문에서 시작되어 타당하고 합리적인 큰 일깨움을 준 저자의 과정을 보며 통쾌함과 함께 시간의 고뇌, 포기 않았음에 대한 감사, 위대함에 박수를 보낸다.
모두가 손꼽는 책, 어려운 책을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는 경험은 스스로의 집중력과 의지를 의심하던 시기 자신을 좀 더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믿고 나아가게 해 주었다. '책을 읽어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나? 달라지는 게 있을까?' 금세 변화를 바라던 치기 어린 마음에도세상에 대한호기심에 누군가 생을 거쳐 이렇게 답하고 다른 사람의 연구와 생각이 담기는 것이 책이라면 분명 나의 성장, 삶에 대한 궁금함도 풀어 갈 수 있겠구나! 책, 독서에 대한 믿음을 다져주는 기회가 되었다.
시간이 쌓이며 책은 유용한 결과를 남기려던 것에서 즐거움과 위안, 행복을 느끼는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책을 통해 또 다른 꿈을 꾼다. 나와 같이 누군가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책의 저자가 된다는 것! 가슴 뛰는 꿈을 안고 오늘도 읽고 쓰며 하루를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