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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Dec 03. 2022

행복으로 가는 길 - 자아 해체

 THE SELF DELUSION 리뷰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나’라는 자아는 허상일 뿐 변하지 않는 독립적인 정체성이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 모두는 주변과 분리되고 구분할 수 있는 별개의 주체가 아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외계인이 지구를 연구할 때 사람을 별개의 개체로 구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든 유기체를 그냥 분자가 이동하는 단일 생명체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주변 세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로 저자는 두 가지 사실을 말한다. 하나는 우리의 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연결되어 있다.


1. 내 몸을 구성하는 분자들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면 심호흡을 해보자. 숨을 들이켜면 내 몸은 우주에서 온 원자들이 만나는 장소가 된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속의 절반이 넘는 원자들은 우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왔다고 한다. 죽어가는 별이 초신성이 되면서 내뿜는 원자들이 은하를 이동하여 지구에 온 것이다. 별의 일부가 백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우주를 가로질러 내 몸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외로운 마음에 위로가 되기를...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어서 우주의 여느 존재와 똑같은 평범한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산소 65%, 탄소 18%, 수소 10%, 질소 3%, 칼슘 1.5%, 인산염 1%...


이 화학성분들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기 전에 사막과 바다, 하늘과 대지를 떠돌다가 식물의 몸으로, 파충류의 몸으로, 수없이 많은 생명체의 몸을 거쳐서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다.


우리 몸의 세포 수명은 생각보다 짧다. 장내막세포는 5일, 피부 표피세포는 2주, 적혈구는 4개월, 골격 세포는 약 15년이다. 세포가 자주 죽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물질을 소화하고 통합해서 세포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생명이 끝나면, 우리 몸의 모든 분자들이 밖으로 뛰쳐나가 돌아다니며 앞으로 생겨날 수많은 생명체의 몸을 구성할 것이다.



2. 나랑 같이 살고 있는 미생물들


‘나’는 내 몸의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체가 나랑 함께 하고 있다. 우리 몸은 수천 종의 박테리아와 균과 원생동물,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걸어 다니는 생태계라고 볼 수 있다. 박테리아 종이 입속에 1,000개 이상, 팔꿈치에 440종, 귀 뒤에 125종 있다고 한다. 심지어 폐, 눈, 뇌에서도 생명체가 발견되고 있다.


미생물들은 대부분 우리에게 무해하지만, 가끔 그들의 목표가 우리의 목표와 불일치할 때가 있다. 어떤 미생물들은 숙주의 몸과 마음을 해킹하여 우리를 조종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로 광견병 바이러스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있고, 보편적인 예로는 장내 미생물이 있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의 몸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분과 정서에도 큰 영향을 준다.



3. 유전자까지 교환한다고?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진화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단 것. 유전자는 같은 종들끼리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받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종끼리도 유전자를 수평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인간이 다른 종으로부터 유전자를 받을 수 있고 역방향으로 인간에서 다른 종으로 유전자가 이동하기도 한다. 그러니 진화는 선형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네트워크 같은 형태이다.




우리의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마음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그건 우리의 뇌 속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


우리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서로  엄청나게 복잡하게 연결될 수 있다. 각 신경세포는 동시에 수천 개의 신경세포와 연결될 수 있으며 인간의 뇌가 연결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더 많다고 한다.


각각의 뇌는 항상 작은 수의 신경세포만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커넥톰(Connectome)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생각과 기억 그리고 성격까지 모든 것은 우리의 뇌신경세포가 연결된 방식에 달려 있다.


신경세포들 사이의 잠재적 연결망이라는 차원에서, 과거 인간의 마음에 일어난 모든 생각이나 앞으로 일어날 모든 생각은 이론적으로 이미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며, 물리적으로 연결만 하면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어낼 수 있을까? 미래에는 누군가의 커넥톰을 컴퓨터로 전송해 다운로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말과 글, 음악과 미술, 공명과 미러링과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커넥톰에 있는 신경 패턴을 부분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가 수백 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바흐의 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250년 전, 한 독일인의 머릿속에 있던 복잡한 신경 패턴이 악보로 표현된 뒤 수백 명 사람의 고막을 울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바뀌어,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머릿속에 있던 오리지널 정보와 어쩌면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마법과 같은 일이다.


(우리가 같은 책을 읽거나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사람의 뇌와 연결될 수 있다는 관점이 신선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있으므로 '나'라는 독립적인 자아는 허상일 뿐이다. 근데 왜 우리는 자아가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자아라는 허상이 진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보호하고, 후대를 번식하는 데 있어서 자아는 중요하다. (사람은 주로 수면상태에서 자전적 자아상을 유지하는 뇌 기능이 작동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비대해진 자아는 우리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 지나친 자기중심적 사고로 인해 차별이 생기고, 동물복지를 무시하고, 생태계 파괴에 무관심하다.(그건 내 관심사가 아니고 ^^)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날이 심해지는 개개인의 우울증인 것 같다. 



자아에 집중하면 우울해진다.


요즘 내 관심사는 자기혐오다. 사람은 왜 자기를 혐오하게 될까? 그것은 혹시, 자신에게 너무 집중해서가 아닐까?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다 보면 어떤 신체부위가 맘에 안 들고, 갖고 있는 재능이 성차지 않고, 걸어온 과거가 맘에 안들 지도 모른다.


융 심리학에서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자기를 관찰하고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와 부닥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맞는 말이지. 나 자신을 알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지. 다 좋은데, 어딘지 모르게 좀 이상했다. 딱히 말로 정리가 안되는데, 그냥 뭔가가 이상했다.


자기에 대해 생각할수록, 뭔가 자기혐오가 생기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어느 날 남인숙 작가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바로 이거다. 나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아니었어.


자신을 알고 싶다면 오히려 너무 깊이 생각하면 안 된다. 사람의 깊은 곳에는 사실 아름다운 게 없다. 자아 속으로 깊이 자주 들어가서 추한 모습을 매일 확인하는 게 나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은 아니다. 사람의 눈을 보통 아름답다고 표현하지만, 정작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핏줄도 보이고 징그럽다. 어떤 대상의 본질을 볼 때 그 진짜 모습은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볼 때 드러나는 경우가 더 많다.

나 자신에 대한 생각에 너무 빠지면 마음이 건강하기가 힘들다. 실제로 심리학자들 연구를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이 신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인 듯하다.


가까이에서 보면 아름다운 것이 없다. 사람의 눈도 그렇고 피부, 치아, 손발톱도 자세히 보면 징그럽다. 하지만 못생기면 어때. 징그러우면 어때. 어차피 죽으면 모든 형태가 사라질 텐데. 예쁨도 추함도 한순간이다. 흉측한 부분도 세포가 흩어져 다른 생물체를 구성하면 예뻐진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나라는 자아가 없으면, 자신을 혐오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죽는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실제로 임종전 암환자들에게 마약성 물질을 투여한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자아를 잊고 우주와 일체감을 느낀다고 한다. 자기라는 정체성을 넘어 우주만물과 통일되는 환상에 빠져든다. 그 속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다. 심지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일종의 행복감을 느낀다고...



이게 정답 아닐까?

자기혐오와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이 이게 아닐까?

자기 자신과 바깥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냥 정리되지 않은 제 잡생각일 뿐입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 - 자아 해체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신건강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자아를 줄이는 방법:


친구와 가족을 직접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할 때 개인주의적 생각이 사라지고 자의식이 없어진다고 한다.

학습한다. 학습을 통해 세상의 다른 모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이는 편협한 개인주의에서 벗어나기 좋은 방법이다.

자연에 많이 노출된다. 자연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은 우리의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까지는 참으로 신통치 않는 방법이다. 사실 제일 효과 좋은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약물이 아니겠는가. LSD는 뇌의 네트워크 간에 연결성을 증가시켜 우리가 자아를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 하루빨리 알약으로 개발되기를!


그리고 앞으로 기대되는 알약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활용.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우리 장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 이들이 생성한 화학물질이 정맥을 통해 몸속을 돌아다니고 있다. 혈액 속에 있는 분자의 약 1/3이 장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식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것들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장내 지방산이 있으면 슬픈 감정이 완화된다. 그래서 울적할 때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조만간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에 맞춘 사이코바이오틱스 음식이 항우울증 치료제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맛있는 알약으로 제조되었으면 좋겠다.

(자연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은 더 다양한 미생물을 접촉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움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우울한 사람들은 자연환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 추천한다.)




이 글은 6월에 쓰다 말고 서랍에 장기간 처박혀 있었다.

이제야 겨우 꺼내서 완성. 휴~





남인숙 작가님의 말을 인용한 부분은

제가 영상에서 필요한 부분만 쏙 빼온 것입니다.

영상 전체 맥락은 이 글에서 제가 주장한 내용과 연관이 없을 수도 있기에

혹시나 오해가 없도록 영상 링크를 걸어둡니다.


https://youtu.be/A3w9Qi-Tp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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