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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 Jul 26. 2021

방학이지만 연구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학원생의 일기_4

역시 방학에는 연구실에 나와야 한다. 

나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시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박사과정의 첫 방학, 소논문을 써야 할 시기다. 

이렇게나 쓰기 싫을 줄 알았더라면 과정에 들어오기 전에 썼을 텐데(그때는 왠지 열정이 넘쳤으니까)

석사학위논문을 쓴 지 어언 1년이 훌쩍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흑역사를 들춰보려니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소논문으로 요약해야 한다니....... 

언젠가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긴 글보다 짧은 글이 어렵다는 말이 떠오른다. 

하기 싫어서 어려운 건지, 어려워서 하기 싫은 건지 모르겠지만 왜 한 장이 넘어가지 않는 거죠...? 


아마도 조교일을 구해 먹고살만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사실 소논문의 목적은 그럴듯하게 포장하자면 내 연구 결과를 사람들과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소논문을 쓰게 하는 원동력은 실적= 장학금이 아닐까 싶다. 

실적이 필요 없고 장학금이 필요 없다면 방학에 연구실에 나와 석사논문으로 소논문을 쓸리 없다...... 

이래서 다들 학위논문을 쓰자마자 소논문을 써도라고 했나 보다.. 역시 선배들의 말은 뼈가 되고 살이 되지만 그렇게 내 삶이 호락호락 할리 없지.  


이 텅 빈 캠퍼스를 거니는 저 사람들은 아마 대학원생이겠지... 

이 더위 속에 학교를 나와야만 하는 사람은 교직원과 대학원생뿐일 테니까.....  

그래도 에어컨이라도 틀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애써 노트북을 붙들고 괴로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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