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학원생의 일기_3
아 드디어 방학이 시작됐다.
대학원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방학이다. 나이 서른에도 방학이 있는 삶이란 ㅎㅎ
방학이라 이제 안 바쁘다고 말할 때마다 부끄러우면서도 행복하다.
하지만 대학원생의 방학은 확실히 이전까지의 방학과는 좀 다르다.
교수님이 만든 지옥이 아닌 내가 만든 지옥으로의 출발이랄까?
자유로운 시간이 주는 압박은 쉬면서도 편치 않은 모순적인 감정을 경험케 한다. 놀 수 있는데, 놀 수 없다.
방학이 되면 물론 수업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붕 뜬다. 공식적으로는 할 일이 없다. 물론 랩실에 소속되어 있는 대학원생이라면 방학에도 계속 일을 하게 되겠지만, 사회과학대학에는 그런 랩실이 거의 없다ㅎㅎㅎㅎ
특히 우리 과는 더 없다. 이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나의 경우 학교 산하의 관련 연구소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얻게 되어 주에 이틀 정도 일을 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방학을 보내는 학생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틀이라는 시간만 빼면 완전히 자유로운 그 시간 동안 학기 중에는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학원생이라면 응당 이 시기에 자기 연구를 해둬야 한다. 수업 중에는 그럴 짬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이상적이다. 계획은 언제나 틀어지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특히 박사과정에 들어오니 앞으로의 진로나 장학금 문제 때문에 실적을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나는 딱히 랩실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실적을 내서 돈을 창출해 내야 한다.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건 그나마 학기 중에 처리할 수 있지만 소논문의 경우 수업을 들으면서 쓰는 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최대한 방학에 몰아서 써둬야 한다. 다행히 소논문을 하나 게재하면 1년 정도는 먹고 살 걱정을 좀 덜게 될 수 있다고 하니 이 번 방학에 쓸 논문은 내겐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여행을 떠난 내 공부 메이트여 어서 돌아오라. 함께 연구실 유령으로 거듭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