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토 Mar 13. 2023

교환학생 귀국 / Before & After

아빠가 쓴 딸의 교환학생 체험기

Before & After


일 년 동안의 유학을 마치고 아이가 귀국했다. 떠날 때는 팔려가는 소처럼 어깨를 들먹이며 돌아섰는데 들어올 때는 금메달을 목에 건 것도 아니면서 환한 웃음으로 돌아왔다. 코로나로 어수선할 때 출국했지만 무사히 학업을 마쳐서 다행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여행 가방에서 빨래를 꺼내니 엄청났다. 세탁소에 맡길 옷도 많았지만 손빨래를 해야 할 세탁물도 만만치 않아 일주일 내내 세탁기를 돌려야 했다. 빨래도 빨래지만 아이가 외출한 사이 방에 들어가 보니 귀국 전에 쓸고 닦고 정리한 방이 단 하루 만에 일 년 전으로 원상복구 되어 있었다. 기가 차서 사진을 찍고 After라고 쓴 후 아내에게 톡을 보냈다. 아내가 Before라고 쓴 사진을 나에게 보내왔다. 아이가 오기 전에 방을 청소하고 나서 사진을 찍어 둔 모양이다. Before에서는 안락함, 정돈, 고요가 느껴지지만 After는 혼돈과 무질서다. 가을에 여행 갔을 때 깨끗하게 정리하고 살아서 혼자 살더니 달라졌다고 기특하게 여겼는데.. 아니었다.


 군대에서 배운 사격이나 유격은 제대하고 쓸모가 없었지만 각 잡아 속옷을 개고, 셔츠를 다리고, 오와 열을 맞춰 정리하게 된 건 군대를 다녀온 이후부터였다.

2021년 한국갤럽에서 여성징병에 대한 여론조사 1)를 한 적이 있다. 전체적인 답변은 여성도 가야 한다와 남성만 가야 한다의 비율이 5:5로 비슷했으나 징병 대상자인 18-29세 사이 여성중 51% 는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고 답했으며, 남성만 가야 한다고 말한 비율은 이 보다 적은 37% 였다. 아이 또래가 여성징병에 호의적이라면 교환학생이 아니라 차라리 군대에 보낼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병장 월급이 100만 원이라는데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비어 있던 방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딸은 친구를 만나고 오더니 밥값뿐 아니라 커피와 디저트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놀라워했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늘 매연과 소음으로 붐비는 거리, 특별한 음식도 아닌데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는 맛집을 보더니 여유롭고 한가했던 독일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2년을 비대면 수업으로 건너뛰고 반쪽짜리 대학생활을 했으니 학창 시절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남을 것이다.


고민 많은 취준생이 안쓰러워 군대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딸에게 군대 갈래? 하고 물으면 단호히 거절할게 뻔하다.

“집에 오면 항상 Before로 만들어 주는 전업주부 아빠가 있는데 내가 왜 가?”


 1) 여성 징병제에 20대 찬성 의견 우세 – 동아일보 2021-5-28 일자


매거진의 이전글 교환학생 귀국 한 달 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