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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주 Dec 13. 2023

33화 두 돌이 된 아이는 너무 귀엽고, 부부의 낙은?

친구 부부의 과거

두 돌이 된 아이는 너무 귀엽고부부의 낙은 모르겠다 (육아일기)

-친구 부부의 과거          



 아이가 드디어 두 돌이 되었다. 겨우 그렇게 됐다. 그런데도 놀랍다. 얼마 전 이런 대화를 나눴다. 아가는 까까를 먹고 있었고, 나는 이놈이 찢은 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아들: “아빠, 와[아]요.”

 나: ? (아이는 까까 하나를 집어 들고 아빠를 유혹하고 있다. 아빠는 작업물을 내려놓고 다가간다.)

 아들: (아빠가 다가가니 손에 쥐고 있던 과자를 순식간에 반대쪽 몸통 뒤로 숨기며) “내 꼬야아!”

 나: ?!     


 성공적으로 까까를 숨겼다고 믿는 아들은 웃고, 나는 그 광경이 감격스러워 흐뭇하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말은커녕 누가 아빠인지 감도 못 잡던 녀석이 이제는 “안아줘요.” “읽어줘요.” “까까줘요.” 한다. 너무 귀엽다. 하지만 훈육은 해야 한다. 그래서 숨긴 까까를 빼앗아서 내 입에 털어 넣는다. 집 안의 서열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아이는 울고, 나는 웃고, 뭔 일인가 보러 온 아내는 한심하게 본다. 서열은, 몰라.     


 얼마 전 아빠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지만 먼저 아빠가 되어서 선배가 된 동창이다. 나는 말한다. “이제 아이가 학교 들어가지? 다 키웠네, 부럽다.” 친구가 답한다. “아직은 아니고 내 후년에. 너는 이제 겨우 두 돌? ㅉㅉ” 그런데 그렇게 놀리다가 갑자기 진지하게 말한다. “근데 사실 아내랑 계속 서먹하다.” 응?     


 새벽 일찍 일을 나가야 했던 친구의 직업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따로 자게 되었다. 조금 크고 나서는 아이 방을 만들고 합쳤지만, 혼자 자기 힘들어하는 애 때문에 그것도 계속되지 않았다. 둘째 계획은 없었기에 곧 아내도 일을 재개했고 후로는 육아 외에는 같이 하는 활동이 없어졌다. 육아도 교대로 하는 것에 가까웠고, 나들이를 갈 때만 함께였다. 그런 말이었다.     


 나는 그건 당연한 거 아니냐는 입장이었고, 친구는 그렇다면 네가 나를 왜 부러워하냐고 반문했다. 그야 나로서는 지금 우리 애는 두 돌이라 혼자 뭘 하는 상태가 아니라서, 좀 크면 부부의 자유시간이 확보되지 않겠냐는 것인데, 뭐가 어떻다는 건가.     


 친구도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막연하게 또 자연스럽게 아이를 중심으로 가족이 굴러갔고, 부부간의 활동은 계속 유예가 됐다. 생각보다 생활비는 많이 들었고, 육아는 힘들었기에, 정신없이 세월이 갔다. 자신은 나름대로 육아를 함께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다른 기억을 갖고 있었고, 아이가 자라면서 서서히 생겨난 자유 시간은 각자의 공간에서 보내게 됐다. 이러려고 결혼을 한 건 아닌지라 뭔가 예전처럼, 그러니까 연애하던 때나 신혼시절처럼 함께 뭐든 해보려 했는데 썩 잘 되진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 ‘지금은 육아가 힘드니 부부간의 관계보다는 좀 더 아이가 커서 자유시간이 확보될 때 우리를 챙기자’라는 마인드는 문제가 있다는 설교였다.      


 친구의 말을 들고 보니, ‘응? 뭐야 내 얘기잖아?’ 싶었다. 우리 부부도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거의 따로 자고 있고, 아이를 겨우 재우고 나서 얻은 자유 시간에도 대개는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피곤하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취미가 아내의 취향이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미 깊은 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루틴이 되고 있는데, 친구는 그게 바로 자기 부부의 과거이자 현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쁘더라도 시간을 정해서 원래 둘이 즐겁게 했던 활동을 주기적으로 해보라고 권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짧게라도 그런 루틴을 만들어 보라고.     


 사실 처음 친구의 말을 듣고는 이제 겨우 조금씩 자유시간이 생기는 것이라,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 부부의 루틴이 정확히 친구의 말을 따라가고 있고, 뭔가 대화다운 대화도 안 한지 오래됐다고 느끼면서 계속 그놈의 훈계가 떠오른다. 아이는 점점 귀엽고, 돈은 확실히 필요하지만, 아내의 마음은 모르겠다. 근데, 내가 친구의 조언대로 하려고 해도 아내는 모르잖아.      


 얼마 전 아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드디어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게 되면서 자신이 보낸 자유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요즘 내 유일한 낙은 시간이 날 때 요가를 하러 가는 것이다.” 나는 낙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내도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그 역시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 낙에 내가 없는 건 문제다. 언제부터 아내의 낙에 내가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을까. 그나저나 나의 낙에는 아내가 있나?     


 사랑의 결실인 아이는 너무 소중하지만, 우리 부부의 낙이 뭐였는지는 모르겠다. 잘 모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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